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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배우들 어울려 신명나는 놀이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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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공동제작 연극 ‘아시아 온천’
한국인과 일본인이 한데 어우러진 신명나는 놀이 한마당이 일본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과 국립극단, 도쿄 신국립극장이 한·일 공동 제작한 연극 ‘아시아 온천’은 연일 800석 만석을 이루며 흥행 몰이하는 중이다. 한·일 연극계의 두 거장인 손진책(국립극단 예술감독) 연출가와 재일동포 극작가 정의신의 만남, 그리고 한·일 대표 연극배우들의 어울림이란 점에서 올해 초부터 문화계의 관심과 기대가 쏠린 작품이다. 이들의 경륜만큼 무대는 볼거리로 넘쳐난다.

아시아 어디엔가 있을 법한 외딴섬 ‘어제도’에는 조상 대대로 사탕수수밭을 일구고 전통을 지킨 주민들이 산다. 어느 날 이 섬에 온천이 나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외지인들이 몰려들고 섬의 평화는 깨지고 만다. 리조트 관광사업을 벌이려는 가케루(가쓰무라 마사노부)와 아유무(재일교포 배우 조성하) 형제가 섬사람들을 속여 토지를 사들이기 시작하자 마을의 정신적 지주인 ‘대지’(김진태)가 이를 막아선다. 그 과정에서 아유무는 대지의 딸 종달이(이봉련)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키워간다.

막이 오르면 배우들이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며 무대로 등장한다. 뒤로는 거대한 사탕수수밭이 보이고, 중앙에는 하늘과 땅을 잇는 하얀 천 줄기들이 신성한 나무가 되어 우뚝 서있다. 그 신목 아래 무당이 제례를 준비하고, 마을의 지도자 ‘대지’가 “준비됐으면 이제 시작할까”라는 외침과 함께 잔치가 열린다. 한국과 일본의 전통 춤, 노래, 제의, 만담이 어우러진 신명나는 놀이가 극을 달군다. 손진책 연출가는 섬 소유권을 둘러싼 원주민과 외지인의 갈등구조를 그의 장기인 ‘마당놀이’ 형식의 ‘열린 연극’으로 풀어놓는다.

극장은 배우의 집단 가면무가 펼쳐지는 연희의 장으로, 때론 북소리 장구소리 들썩이는 축제의 공간으로, 그러다가 일순 사랑의 세레나데가 울려 퍼지는 낭만적 세계로 탈바꿈한다. 무대와 객석이 확연히 구분되는 연극에 익숙한 일본인 관객도 어느새 한국식 마당놀이에 빠져들고 만다. 수박 장수, 공사판 노동자, 행인 등이 펼치는 재담이 객석의 눈과 귀를 붙든다. 중간 휴식 후 2막이 시작되면, 배우들은 뒤에서 등장해 객석 사이로 걸어 내려오면서 관객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등 수작을 건넨다. 손진책의 필살기인 마당극 어법이 일본 무대에서도 통하는 대목이다. 이때 동서양 악기를 든 연주단이 라이브 음악으로 무대와 긴밀히 조응한다. 무대는 암전이 거의 없어 배우나 연주자들의 움직임이 그대로 노출된다.

흥미로운 점은 관객이 극 속으로 빠져드는 걸 연극 스스로 시종일관 방해한다는 것이다. ‘아유무’의 죽음을 본 ‘종달이’가 칼로 자살을 결심하는 비장한 순간 돌연 “아야야야! 아파”라고 외치며 호들갑을 떤다거나 동생의 죽음에 분개한 ‘가케루’와 마을 사람들의 몸싸움에서도 갑자기 화음을 넣어 소리치는 장면은 극에 몰입하려던 관객을 화들짝 깨워 버린다. 관객이 지켜보고 있는 이야기가 실제가 아닌 연극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연극적 장치다.

등장인물들에게 ‘대지’ ‘종달이’ ‘토끼’ ‘원숭이’ 등 동물의 이름을 붙인 것은 ‘국적 중립성’을 최대한 지키고, ‘어제의 얘기든 내일의 얘기든 어느 쪽도 상관없다’는 극중 노래처럼 ‘어제도’를 명확한 시대도, 위치도 알 수 없는 오묘한 공간으로 설정한 것은 한·일 간의 첨예한 사안인 독도 문제를 떠올리지 않게 하려는 제작진의 계산된 배려다.

일본 관객의 반응은 무척 뜨겁다. 관객 오노다 게이코씨는 “기질과 성향이 다른 배우들이 만나 굉장히 재미있는 무대를 만들었다”며 “부끄러움을 타는 일본 관객이 좀 더 극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드라마를 전공하고 있는 히로시 나가사와씨는 “두 나라 배우들이 한데 어우러져 음악·춤·굿을 통해 두 나라 문화를 보여준 것이 새롭고 흥미로웠다”면서 “메시지가 몹시 구체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답했다.

일본 국립극단 배우 기토 노리코는 “정의신의 리얼리즘적 텍스트와 손진책의 마당놀이가 만나 전례 없던 작품을 만들어냈다”며 “특히 객석과 직접 호흡하는 대목은 일본 연극과 가장 큰 차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배우로는 김진태·정태화·서상원·김문식·김정영 등이, 일본 배우로는 개성파로 손꼽히는 가쓰무라 마사노부·지바 데쓰야·우메자와 마사요, 재일동포 성하·박승철·김지순 등이 출연한다. 26일까지 일본 공연을 끝내고 한국으로 건너와 6월11∼16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관객을 맞는다.

도쿄=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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