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급락하며 일본 산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국내에 진출한 일본차 업계는 아직도 ‘볕들 날’을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다. 도요타와 렉서스 등 일부 브랜드만 가격할인 등 파격적인 공세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닛산, 인피니티 등은 사장을 교체하며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20일 국내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로 임기가 끝난 일본차 국내법인 사장들의 명암이 엇갈렸다. 한국도요타자동차를 맡고 있는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지난 16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상태지만 본사에 적극적으로 요청해 임기를 연장했다”며 “한국에서 승부를 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도요타자동차는 한국법인장을 3∼4년을 주기로 교체했지만 나카바야시 사장은 2010년 1월 한국법인을 맡은 뒤 올해로 4년차 임기를 시작하며 본사로부터 향후 2년간 임기를 보장받았다.
사장이 굳건하게 버틴 도요타는 시장 공략에 더욱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하반기에는 현대차 그랜저와 해외 시장에서 맞붙는 ‘아발론’을 출시하고 프리우스 등 하이브리드를 앞세운 ‘고연비 전략’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 또한, 국내 법인의 마진을 줄이고 본사의 지원까지 받아 가격 경쟁력을 갖춰나간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최근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를 2000만원대로 낮추고 렉서스 ES300h 역시 일부 옵션을 제외하며 4000만원 아래로 가격을 내려 시장 공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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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시장을 맡아 온 일본차 한국법인의 사장. 한국도요타자동차 나카바야시 히사오(좌)와 한국닛산 켄지 나이토(우) |
2010년 4월부터 한국닛산을 맡아온 켄지 사장은 뉴질랜드, 태국, 라틴 아메리카에서 닛산 법인을 맡아 온 글로벌 전문가다. 업계에서는 켄지 사장이 등장해 닛산의 소형차 ‘큐브’를 선보이는 등 선방했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서 일본차 판매가 급락하며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국시장에서 물러난다는 분석도 등장했다.
한국 시장에서 닛산은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며 내우외환에 빠진 상태다. 닛산의 중형 세단 ‘알티마’를 출시하며 도약을 노렸지만 캠리와 어코드의 틈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이뤄내지 못했다.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 역시 고성능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 위주에서 뒤늦게 디젤 엔진을 도입했지만 독일차에 밀려 판매는 부진한 상태다.
올 여름 디젤과 하이브리드만 들여오는 인피니티 중형세단 Q50이 올해의 유일한 희망으로 꼽힌다. 판매할 차가 부족하자 딜러에서도 앓는 소리가 이어졌다. 판매 부진으로 한국닛산의 철수설이 떠돌기도 했고 닛산과 인피니티의 딜러가 판매권을 반납하며 독일회사 딜러로 떠나갔다.
엔저가 계속되지만 일본자동차는 혜택을 보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KB투자증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엔저가 본격화된 지난 3월에도 일본차 업체들의 수출은 전년대비 10% 감소하며 부진한 상황을 이어갔다. 이는 혼다와 닛산의 경우 해외생산비중이 80%에 달했기 때문이다. 일본차의 아시아 시장 수출 실적도 지난해 3월에는 5만7433대였지만 올해는 20.7%가 줄어든 4만5534대로 오히려 하락한 상태다.
보고서는 일본차 업체의 수출이 금융위기 이전 연간 670만대에 달했으나 현재는 연간 480만대로 감소했으며 엔저 현상으로 생산을 늘린다고 해도 부품업체 등 자동차 산업 전반이 살아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일본차가 급속 성장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