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황종택의新온고지신] 망우물(忘憂物)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술은 인간 삶의 애환을 상징한다. 술은 고금동서에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사랑을 받아 왔지만 경원시되기도 했다. 자연 술에 얽힌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춘추시대 제나라 경공(景公)이 어느 날 밤 술이 거나한 채 명재상 안자(晏子)의 집을 찾았다. 안자는 문신의 의관을 갖추고 경공을 맞이했다. “밤중에 웬 행차이십니까?” “그대와 술을 한 잔 하고 싶어서지.” 안자는 정중히 거절했다. 경공은 이번엔 장군 양저(穰?)의 집으로 갔다. 양저는 갑옷과 투구에 긴 창을 들고 맞이했다. 경공은 안자에게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양저도 예를 갖춰 거절했다.

경공은 하는 수 없이 양구거(梁丘據)라는 신하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양구거는 손에 악기를 들고 노래를 읊으며 주군 경공을 맞아 대작했다. 경공은 흡족해 하며 “안자가 정치를, 양저가 국방을 잘 보아주고, 또 양구거 같은 신하가 있어 나를 즐겁게 해주니 난 참 행복하도다”라고 말했다. 한나라 때 설화집 ‘설원(說苑)’에 나오는 이야기다. 술의 순기능을 말한 것이다.

술에 관한 한 당나라 시인으로서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이백(李白)을 먼저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권주가인 ‘장진주(將進酒)’에서 “술자리에 모여 한 번 마신다면 삼백 잔은 마셔야 한다(會須一飮三百杯)”며 “다만 오래 취해 깨어나지 말기를 원한다(但願長醉不用醒)”라고 말할 정도였다.

‘시성(詩聖)’ 두보(杜甫) 또한 술의 흥취를 돋우고 있다. 시 ‘강변길 꽃구경(江畔獨步尋花)’을 감상해보자. “강가 온통 꽃으로 화사하니 이를 어쩌나/ 알릴 곳이 없으니 미칠 지경이고/ 서둘러 남쪽 마을로 술친구를 찾아가니/ 그마저 열흘 전에 술 마시러 나가고 침상만 덩그랗네(江上被花惱不徹 無處告訴只顚狂 走覓南隣愛酒伴 經旬出飮獨空床).”

국내 굴지의 전통주 제조업체인 배상면주가의 대리점주가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 피해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회사는 사과했지만, 근심을 잊게 한다는 의미에서 ‘망우물(忘憂物)’로도 불리는 술의 역기능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忘憂物: ‘근심걱정을 잊게 하는 물건’이라는 뜻.

忘 잊을 망, 憂 근심 우, 物 물건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