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광년에 달하는 우주의 규모를 생각하면 100㎞ 정도 나간 걸로 우주여행이라 하기에는 낯간지럽기도 하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가 10㎞도 안 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 정도만 해도 상당히 지구를 벗어난 셈이다. 게다가 5㎞ 올라갈 때마다 공기가 절반씩 희박해지기 때문에 100㎞ 고도의 공간은 진공에 가깝고 안락한 지구와는 환경이 전혀 다르다.
그런데 돈도 돈이지만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르는데도 우주로 나가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라면 우주 공간에 나가서 별을 바라보는 것이 일차적 목표일 것 같다. 지구의 대기를 벗어나면 공기에 의한 햇빛의 산란이 없다. 따라서 우주선 주위는 밤낮 구별 없이 온통 암흑 세상일 것이다. 거기서 보는 별은 지구대기에 의한 별빛의 흔들림이 없을 테니까 지구에서보다 훨씬 또렷할 것 같다. 그리고 100㎞ 상공에서 암흑의 공간에 떠있는 지구를 보는 것은 환상적일 것이다.
![]() |
| 김희준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화학 |
물에서는 부력 때문에 몸이 가볍게 느껴진다.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이다. 그래서 해파리, 물고기 등 수중 동물은 육상 동물과 달리 튼튼한 골격이 필요 없다. 따라서 약 4억년 전 어떤 바다 동물이 육지로 처음 진출한 때는 지구의 중력이 엄청나게 느껴졌을 테고, 이를 이겨내는 것이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골격과 근육이 발달돼 육상 동물은 중력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다. 중생대에 지구를 호령했던 거대한 공룡의 화석을 보면 두개골에 비해 골격이 큰 것을 알 수 있는데, 몸집이 커질수록 극복해야 할 중력의 중압감도 따라 커졌을 테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네 발을 사용하던 우리 조상이 두 발로 서기 시작하면서 중력은 다시 큰 도전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아기가 걷기 시작할 때 알 수 있듯 넘어지고 다치기 쉬운 직립자세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걷거나 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인간은 두 발로 서서 중력과 맞서면서 자유로워진 두 손을 사용해 불을 발견하고 도구를 발명했다. 특히 망원경을 만들어 거시세계를 관찰하고, 현미경으로 미시세계를 관찰하면서 자연을 폭넓게 이해하게 됐다.
생명체가 아직 바닷속에 머물러 있다면 별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처음 육상으로 진출한 동물은 하늘의 별을 보고 얼마나 놀랐을까. 4억년에 걸친 육상 동물의 진화 과정에서 별은 항상 그들과 함께 있었을 것이다. 별을 바라보고 은하를 관찰하면서 138억년 전 우주의 기원까지 알아낸 인류는 생명의 고향인 바다를 그리워하며 무중력 상태인 우주 공간으로 나가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희준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화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