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한국 '고아수출국'에서 '아동인권 선진국'으로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헤이그협약 서명…해외 입양아 사후 관리 등 후속 조치 뒤따라야
우리나라가 24일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에 서명함으로써 비로소 국제사회에서 '아동인권 선진국'으로서 인정받게 됐다.

동시에 '아동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국제 입양이 아동매매나 약취의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한다'는 협약 취지에 걸맞도록 관련 법·체계 전반을 손질할 의무도 함께 지게 됐다.

◇ 국제입양 절차·요건 규정한 국제조약…한국 '늑장' 가입

1993년 체결돼 1995년 발효된 이 협약은 국제 입양 아동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 입양의 절차와 요건을 규정한 국제조약이다.

협약의 기본 원칙은 보호 필요 아동이 발생하면, 어려운 상황이라도 원래 가정(부모)이 맡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차선책으로 국내 다른 가정의 보호, 최후 수단으로 국제 입양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협약은 국제 입양 절차 전반을 '국가 책임'으로 명시하고, 매우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

사실 이 협약이 체결·발효된 뒤 우리나라는 그동안 유엔(UN) 등 국제사회로부터 협약 가입 압력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지난 1995년 발효 당시 우리나라는 해외 입양 건수가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많은 대표적 '고아 수출국'이었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2011년 기준 통계에서 한국의 해외 입양은 중국·에티오피아·러시아·콜롬비아·우크라이나에 이어 세계 6위에 올랐다.

더구나 우리 아이들이 가장 많이 입양되는 미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이탈리아·네덜란드·프랑스 등이 대부분 협약에 가입한 데 반해 우리나라는 미가입 상태라, 한 협약 체결국의 입양 결정을 다른 체결국이 인정하는 협약 원칙도 적용받지 못했다.

결국, 이날 우리나라는 주요 입양아 해외 송출국 중에서 중국과 콜롬비아보다 더 늦게 협약에 서명했다. 지금까지 세계를 통틀어 협약에 서명하고서 국내 비준까지 마친 공식 가입국은 모두 90개국이다.

◇ 한국 정부 헤이그 협약 가입 전 입양특례법 개정 등 준비

헤이그 협약 가입에 앞서 우리 정부는 국제적 분위기에 호응하고, 허술하고 무분별한 해외 입양 남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분하게 준비해왔다.

대표적 성과가 바로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개정 입양특례법이다.

이전에는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아이가 기록 하나 없는 상태에서 다른 가정이나 해외로 보내졌지만, 바뀐 입양특례법에 따라 반드시 친부모가 출생 신고를 해야만 입양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또 친부모가 적어도 7일간 충분히 고민한 뒤에야 입양이 진행되는 '입양 숙려제'와 최종적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입양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가정법원 허가제'도 도입됐다.

아울러 민법도 고쳐 양부모 자격과 입양을 번복하는 '파양' 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이런 제도 정비는 보호가 필요한 아이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양육 환경을 '친가정 보호-국내가정보호(입양·가정위탁 등)-국제입양' 순서로 제시한 헤이그 협약의 원칙을 실천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국외 입양 사후 추적·관리, 해외 아동 국내 입양, 전담 정부조직 관련 체계 갖춰야

헤이그 협약 서명과 함께 세계에 '아동 인권 강화' 의지를 밝히고 조약 준수를 다짐한 만큼, 정부는 앞으로 협약 실천을 뒷받침하도록 국내법을 제·개정하고 제도를 정비해 2년 안에 비준 절차를 마쳐야 한다.

우선 가장 중요한 국제 입양 절차 관련 법과 규정을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협약에 따르면 입양아를 보내는 나라(아동출신국) 정부는 국내 보호가 적합한지를 판단해 해외 입양이 불가피한 경우 입양 아동 처지에서 최선의 양부모를 찾아 연결해줄 의무가 있다. 이 '매칭' 작업의 근거는 입양아를 받는 나라(수령국) 예비 양부모들이 제출한 입양신청서와 해당 정부가 작성한 양부모 관련 보고서가 된다.

출신국 정부는 예비 양부모와 두 나라(출신국·수령국)가 모두 입양 절차에 동의하고, 양부모가 입양 가능하고 적합할 뿐 아니라 수령국에 입국해 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경우에만 입양을 승인할 수 있다.

더구나 지금까지는 해외 입양이 완료된 경우 사후 추적이나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는 아이들이 입양 후에도 수령국에서 제대로 정착해 성장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 협약에 맞춰 국내 및 국외 입양을 구분하는 기준도 '국적'이 아니라 '상거소(거주하는 장소)'로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앞으로는 우리나라 국적이 아닌 외국인 아동이라도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면 이 아이를 맡는 것은 '국내 입양'으로 간주된다.

미비한 국외 아동의 국내 입양 절차도 법과 규정으로 명확히 밝혀야 한다. 지금은 뚜렷한 관련 규정이 없어 '미성년자 특별 귀화' 형태로 사안이 처리되고 있다.

아울러 협약이 협약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별도의 정부 조직을 체결국에 요구하는 만큼, 복지부 등에 입양을 전담하는 국이나 과가 신설될 가능성도 있다.

입양특례법 개정과 함께 지난해 설치된 중앙입양원도 기능과 인력을 확충, 일정 범위에서 정부의 관리, 감독 기능을 위임받게 될 전망이다.

이현주 복지부 입양대책팀장은 "헤이그 협약 가입은 국정 과제의 하나로 정부 임기 안에 서명과 비준뿐 아니라 제도 정착까지 모두 마칠 계획"이라며 "아이들의 안전과 권리 보호에 초점을 맞춰 여러 관련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