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가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우자가 참고 넘어가면 결국 재발합니다.”(B경찰관)
학교폭력, 성폭력, 부정·불량식품 등 박근혜정부가 척결을 강조하는 4대악 가운데 가정폭력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가정폭력은 성폭력 등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도 ‘집안일’이라는 이유로 신고율이 낮고 구속률도 1%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건 발생 초기 대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가정폭력 조사표는 경찰이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가해자를 격리하는 등 긴급 임시조치권을 발동하기 위해 마련한 기준이다. 2011년 가정폭력특례법이 개정되면서 경찰에 권한이 주어졌다. 하지만 기존 조사표 항목이 20개에 달해 긴급한 판단을 내리는 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확인해야 할 내용도 피해자가 과거 가정폭력 피해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지, 가해자가 과거 임시조치나 보호처분을 위반한 적이 있는지 등 현장에서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것들이 포함돼 있었다.
개선안은 항목을 10개로 줄이고 보다 강력하게 조치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가해자의 흉기 사용 여부, 가장 심각했던 폭행의 수준, 폭행 심각성 추이, 가해자의 자살이나 자해 시도 여부, 가정폭력 외 폭력 입건 전력 등의 항목은 삭제됐다. 대신 출동 경찰관의 의견을 서술하는 항목이 추가됐다. 최초 현장을 조사한 경찰관의 ‘주관적’ 판단까지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고위험 가해자의 폭도 넓혔다. 그간에는 폭행이 심각하거나 임시조치 및 보호처분을 위반한 경우에만 고위험 가해자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개선안은 폭력이 계속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와 가해자의 폭력 빈도가 기준을 넘어선 경우를 추가했다.
김예진·조병욱 기자 yeji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