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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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세상을 바꾸는 힘 '빅데이터'

입력 : 2013-06-02 20:29:52
수정 : 2013-06-02 20: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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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대 쏟아지는 데이터 분석 미래를 예측한다
‘21세기의 금과 원유’로 성장
사생활 위협하는 디지털 발자국
지난 4월 1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보스턴 폭탄 테러가 발생한 뒤 용의자 차르나예프 형제가 특정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사흘이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집한 사진, 동영상, 통화 기록 등 10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증거 자료를 1000명 이상의 전문가가 동원돼 분석해낸 결과다. 미 언론은 이를 ‘빅데이터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방대하고 복잡한 자료를 분석해 유용한 정보를 얻어내는 ‘빅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미래 예측을 통한 경영 판단이나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빅데이터가 적용되면서 사회 전반에 새로운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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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분석은 새로운 ‘금맥’

빅데이터는 단순히 많은 자료만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빨리 처리해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과정 전체를 뜻한다. 독일 정보통신업협회 비트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한 매출 규모는 46억유로(약 6조6000억원)에 달한다. 2016년에는 160억유로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빅데이터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데이터의 양은 2년마다 두배씩 급속도로 늘어나는 반면 데이터 저장과 분석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데이터의 이용 가치가 점차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최근 빅데이터가 경제계에 미치고 있는 혁명적인 영향을 소개하며 빅데이터를 ‘21세기의 금과 원유’로 표현했다.

빅데이터 전문 분석 업체 블루욘더는 ‘모든 것을 예측해 드립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의뢰 업체에 맞춤식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슈퍼마켓 매출 전표, 날씨 정보, 휴가 계획, 교통 정보 등 일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자료가 분석 대상이다. 블루욘더의 고객사 중 세계 최대 통신판매 업체 오토 그룹은 빅데이터 도입 후 품목별 판매가 20∼40% 증가했다. 드럭스토어 DM은 블루욘더를 통해 개별 상품 판매량을 예측해 재고를 조절하고 저장 비용을 줄였다.

온라인으로 소액을 대출해주는 업체 크레디테크는 기존 은행과 달리 페이스북을 통한 사회적 관계, 온라인 평판, 심지어 대출 신청할 때 사용한 컴퓨터의 기종까지 분석해 고객의 신용도를 판단한다. 이런 방식이 성공을 거둬 폴란드, 스페인, 체코까지 사업 영역이 확대됐다. 

미국 아이오와주 카운슬 블러프즈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의 모습. 전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양의 검색과 메일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글 제공
◆빅데이터로 범죄와 질병 예측까지

각국 정부와 기관은 빅데이터를 통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거나 개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 경찰청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이 미래에 일어날 범죄를 예측하고 이를 방지하는 범죄 예방 시스템을 도입해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고 있다. 산타크루즈 경찰청은 범죄 관련 자료를 분석해 빈집털이, 강도, 차량 절도 등 유형별로 자주 일어나는 시간과 장소를 특정한 뒤 경찰관들이 순찰을 돌 때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범죄 예측 프로그램을 수시로 확인하도록 했다. 1년 사이 강도는 11%, 차량 절도는 8% 줄었으며 체포율은 무려 56%나 증가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에서는 독거노인을 돕기 위한 ‘매직 카펫’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센서를 넣은 카펫을 깔아 사람의 움직임을 통해 생활 패턴을 분석하는 것이다.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면 의학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자동 경보가 울리도록 했다. 독일 하소 플라트너 연구소는 방대한 인간 게놈(유전정보)을 해독한 뒤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암 치료를 할 때 생존율이 높은 방법을 찾는 시간을 기존 여러 달에서 몇 초 단위로 줄였다.

옥스퍼드대학교 인터넷연구소의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 교수는 빅데이터가 가져온 이러한 변화를 ‘혁명’이라고 표현하며 “빅데이터는 우리의 일하는 환경과 심지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까지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 여전히 논란

빅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미래 사회를 통제하는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사이에 인터넷 검색, 마일리지 적립 카드 등의 수많은 경로를 통해 개인정보가 수집되지만 정보 관리는 제대로 규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내비게이션 제조업체 탐탐은 고객의 위치정보를 수집해 정부에 판매했다가 과속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근거 자료로 쓰이면서 고객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탐탐은 “교통 안전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줄 알았다”며 공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많은 기업이 “익명으로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온라인 저널 사이언티픽리포트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별 이동 패턴을 조사한 결과 개개인의 특징이 뚜렷하기 때문에 조사 대상의 95%가 신원이 특정됐다. 프린스턴대학의 컴퓨터 과학자 아르빈드 나라야난은 단지 33비트의 정보만 있으면 사람의 신원을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기술(IT) 평론가이자 작가 에브게니 모로조프는 빅데이터가 가져올 정보 독재에 대해 경고하며 “빅데이터가 금융, 안보 분야에서도 점점 많이 쓰이기 때문에 차별과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독립적이고 자격을 갖춘 기관으로부터 정기적인 감시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소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