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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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컴·퀀트… 무슨 펀드인지 전문가도 '갸우뚱'

입력 : 2013-06-11 14:22:38
수정 : 2013-06-11 14: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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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금융상품에 소비자 혼란
다양한 자산 투자하다보니
상품구조 지나치게 복잡
고객은 설명 이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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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 양모(52)씨는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하려고 증권사를 찾았다. 3%도 안 되는 정기예금 금리로는 가정경제를 꾸려가기 힘들어 위험부담을 안더라도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이 가능한 상품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증권사 직원은 은퇴준비를 하는 연령층에게 적당한 상품이라며 ‘인컴펀드’와 ‘퀀트펀드’를 추천했다. 양씨는 직원의 설명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상품명도 생소한 데다 설명도 지나치게 복잡했기 때문이다. 양씨는 결국 직원만 믿고 ‘인컴펀드’에 가입했지만 제대로 된 상품을 선택한 것인지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다.

저금리시대가 지속되면서 증권사들이 앞다퉈 신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상품 설명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금융공학이 적용된 복잡한 구조의 상품임에도 소비자들에게 쉽게 설명하려 하기보다 외래어나 전문용어들로 상품을 포장하고 꾸미는 데만 급급해하는 것이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인컴펀드’, ‘퀀트펀드’, ‘자산배분형펀드’, ‘분할매수형펀드’ 등 주로 ‘중위험·중수익’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예금이나 채권 등의 수익률이 바닥을 기는 데다 주식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자 금융사들은 예금보다 상대적으로 고금리이면서 주식보다는 안전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렇게 수익과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상품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다. 주식과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파생상품 등이 얽히고설켜 있고 시장상황에 따라 비중도 시시각각 변한다.

은퇴 준비를 위한 대안상품으로 꼽히는 ‘인컴펀드’의 경우, 이자와 배당수익이 꾸준히 발생하는 채권과 주식 등에 투자해 시장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다 보니 상품의 구조가 꼬인 실타래처럼 복잡하다. ‘퀀트펀드’도 펀드매니저 대신 증권사가 사전에 설정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투자해 소비자가 이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증권사들은 복잡한 신상품의 구조를 소비자들에게 이해시키려 하지도 않는다. 설명이 복잡할수록 최첨단 기법을 사용한다는 이미지가 생겨 판매에 유리해진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퀀트’, ‘인컴’, ‘우리다시채권’ 등 일반인에게 생소한 금융용어들만 뽑아내 상품명에 끼워 넣고 있다. 증권사 홈페이지의 상품정보는 난해한 표현들로 뒤덮여 있다.

증권사가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로 상품을 판매하는 불완전판매의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증권사들이 투자권유대행인을 통한 상품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들은 증권사 정식직원과 달리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최근 출시되는 금융상품들은 현장 판매자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금융당국이 상품 출시를 허가할 때 상품 구조와 내용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소비자 친화적 설명이 준비돼 있는지 꼼꼼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