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생각하는 기업의 채용기준에서 ‘영어 거품’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실제 채용 경향과 무관하게 대학생들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채용 조건을 영어능력으로 잘못 알고 영어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5월 건국대와 충북대, 경남대, 전남대 등 서울과 충청, 영남, 호남권(각각 3개대)의 학생 1만명 이상인 중위권 대학 12곳 재학생 1236명(남 626명, 여 610명)을 대상으로 취업 성공 요건을 조사한 ‘청년층 취업눈높이 실태’에서 13일 확인됐다.
‘대학졸업 여부, 출신대학, 전공(학과), 졸업학점, 자격증, 영어능력, 외모, 인맥’ 8가지 항목별로 취업할 때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중요한 편이다’와 ‘매우 중요한 편이다’라는 응답 비율은 영어능력이 87.9%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학졸업 여부 76.8%, 자격증 72.9%, 출신대학 71.4% 등의 순이었고, 전공(학과)이나 졸업학점의 중요도는 각각 65.5%와 58.7%로 낮았다.
직능원은 “이는 기업의 실제 채용기준과 대학생이 생각하는 채용기준 간에 괴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기업들은 영어능력보다 인성과 적성, 전공학과를 더 중시한다”고 밝혔다.
실제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기업 401곳 중 265곳(66.1%)이 신입사원 공채 때 영어 어학 점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제한을 둔 136곳의 토익점수 평균 커트라인도 705점이었다. 기업군별로는 공기업 739점, 대기업 698점, 외국계기업 689점 등이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영어 점수에 제한을 두는 기업도 주로 업무상 필요보다는 채용 편의를 위한 것이고, 대세인 ‘블라인드 면접’에서도 영어능력 테스트는 드물다”며 “토익 고득점 등 영어능력 향상에 과도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은 취업전략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