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 여타 동물과 다른 인간만의 특성이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변을 의식하는 정신, 곧 이성(理性)과 이에 바탕을 둔 인격은 인간만이 지닌 고유 특성인 것이다. 양심적이고 지성인이며, 지도층일수록 인격이 반영된 명예를 아낀다. 명예를 심하게 훼손당했다고 여기는 이들 가운데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럼 명예는 어떠한 경우에 훼손될까. 대부분 무리하게 재물과 권력 등을 가지려는 데서 생긴다. 특히 분수에 넘치는 재물욕이 불명예를 초래한다.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돈을 챙기려다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옳지 못한 재물은 끓는 물에 녹는 눈과 같다(無義錢財湯潑雪)”며 악행에 의해 거머쥔 돈은 오래지 않아 없어질 것이라는 ‘명심보감’ 성심편이 주는 교훈의 의미가 크다. 나쁜 마음으로 돈을 모으면 끝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노자’가 “기를 맑게 하고 마음을 비우면 경사스러운 복이 찾아오나, 욕심으로 재물을 채우면 화를 자초한다(靜氣虛心隆慶? 充財滿寶招危禍)”고 경책한 바도 궤를 같이한다.
문제는 불명예를 당한 이가 잘못을 고칠 줄 모른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잘못이 있는 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고 잘못이 없다고 자기 자신을 속여서 겉으로 은폐하고 말재주로 번지르르 꾸미는 것을 ‘문과식비(文過飾非)’라고 한다. ‘논어’에서 자하가 한 말이다.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 추징 과제가 새삼 화제다. 정치권 논란, 검찰의 의지, ‘구린 돈’ 챙기기에 따른 전직 대통령 집안 내분까지 보고 있으려니 국민은 짜증스럽다. 공자는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 바로 허물(過而不改 是謂過矣)”이라며 “잘못은 고치기를 꺼려선 안 된다(過則勿憚改)”고 타일렀다. 전직 국가원수와 그 가족이라는 명예를 생각한다면 남은 비자금을 자진 반납하길 기대한다. 최소한의 ‘격’을 생각할 때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文過飾非 :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일부러 꾸미며 속이는 행위’를 뜻함.
文 꾸밀 문, 過 허물 과, 飾 꾸밀 식, 非 아닐 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