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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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해킹… 총성없는 사이버전쟁

어나니머스, 北사이트 공격… 靑 등도 피해
6·25전쟁 63주년인 25일 한반도에서 소리없는 ‘사이버전’이 벌어졌다.

국제 해커집단인 어나니머스는 예고했던 대로 이날 북한 주요 웹사이트를 공격했다.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새누리당 시도당, 언론사 등 우리 정부와 민간 웹사이트도 동시다발적인 해킹 공격을 당했다. 관심을 모았던 북한군 및 노동당 등과 관련된 어나니머스의 기밀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어나니머스 코리아’ 트위터 계정(@YourAnonNewsKR)은 이날 오전 8시59분 북한 노동신문에 대한 공격이 성공했음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수십건의 트윗을 실시간으로 올렸다. 해당 트윗에는 ‘TANGODOWN(탱고다운)’이라는 글과 함께 타깃 명칭이 하나씩 언급됐다. 탱고다운은 교전 용어로, 해커들이 공격 성공을 알리는 의미로 사용한다.

오후 5시 현재 어나니머스가 해킹을 완료했다고 밝힌 ‘주요 표적’은 북한 공식사이트와 평양과학기술대학, 조선신보 등 12곳이다. 이들 외에도 평양출판물과 민족대단결, 조선의소리 등도 접속이 마비되는 등 북한 체제와 소식을 전하는 곳들에 공격이 집중됐다. 앞서 어나니머스는 4월 초부터 25일 낮 12시를 기해 북한의 46개 웹사이트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반복해 밝혔다.

비상걸린 당국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및 일부 언론사 홈페이지가 외부세력에 의해 해킹당한 25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민간사이트 피해 상황을 점검하며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내 주요 사이트에 대한 사이버 공격도 잇따라 당국이 긴급대응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오전 10시부터 10분간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통일대통령 김정은 장군님 만세!” 등의 문구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는 사진이 게재됐다. 청와대는 내부망과 외부망을 별개로 운영하고 있어 이번 해킹으로 인해 업무에 지장이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도 16개 시도당 가운데 수도권 전역 등 8곳의 웹사이트가 해킹을 당했다. 특히 일부 시도당에서는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밖에 조선일보와 매일신문, 대구일보 등 언론사에 대한 해킹도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정부는 합동조사팀을 꾸려 원인 분석에 착수했다.

한편 어나니머스가 익명성을 모티브로 한 조직인 탓에 혼란도 빚어졌다. 어나니머스 소속이라고 주장한 한 해커(@hacktivist_kor)는 자신의 트위터에 “국가정보원 불법 대선개입 사죄하라” 등의 글과 함께 청와대 등에 대한 해킹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북한 공격 소식을 전하던 어나니머스 계정(@YourAnonNewsKR)은 “우리가 아니다. 북한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반박했다. 이 계정은 특히 북한 정보 유출 여부를 묻는 질문에 “6월25일은 웹 공격만 잡혔던 날”이라며 “일부 Anon(어나니머스 해커들이 서로 부르는 말)이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고, 그들의 행동은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계정은 지난 4월 북한의 대남 선전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회원정보 9001건을 공개했던 곳이다.

남상훈·조현일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