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달 3∼28일 시내 11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한 ‘아파트 관리 실태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조사에는 시와 자치구 공무원을 비롯한 변호사, 회계사, 기술사 등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경쟁입찰을 해야 하는 200만원 이상의 공사·용역에 수의계약을 남발한 사례가 10개 단지에서 56건 적발됐다. 이 가운데 공사비를 200만원 이하로 쪼개 자격이 없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사례는 42건이었다. 이 중 22건의 적정 공사비를 산출해보니 약 3억7000만원이 과다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A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는 소방시설 보수공사 입찰과정에서 면허를 보유한 업체 3곳이 참가했는데도 이를 무효 처리하고 입찰 참가 자격도 없는 무면허 업체에 공사를 맡기는 바람에 부실시공을 낳기도 했다.
공정한 입찰을 방해하고 담합으로 공사비를 높게 만든 사례는 2개 단지에서 11건, 공사물량을 과다하게 산출해 공사비를 올린 경우는 4개 단지에서 10건 적발됐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공사·용역 계약 주체는 관리사무소가 되어야 하지만 권한이 없는 입주자대표회장이 직접 계약한 경우도 16건으로 조사됐다.
관리비 운영에서는 장기수선충당금과 관리비, 잡수입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드러났다.
장기수선충당금으로 내야 할 공사비용을 관리비에 부과해 소유자가 아닌 거주자(세입자)에게 부담시킨 사례, 알뜰시장·재활용품 매각 수입 등을 거주자 관리비 경감에 쓰지 않고 장기수선충당금에 전입한 사례 등이 있었다. 장기수선계획이 전문성 없이 형식적으로 수립되면서 장기수선충당금 적립률도 낮았다. 5개 단지 적립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계획 대비 적립률이 7∼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사무소의 권한을 침범하고 공사 계약 및 관리비 운용에서 이권 다툼을 벌이고, 내부 분쟁으로 아파트 관리를 파행으로 이끄는 일이 많았다.
시는 자격 없는 업체와 수의 계약하거나 담합으로 공사비를 올린 10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했으며 73건에 행정지도, 83건에 시정명령·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시는 이달 내로 시 주택정책실 산하에 ‘공동주택관리 지원센터’를 신설해 아파트 관리 비리 실태를 상시 조사하고 관리비 적정 여부에 대해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 입주자대표회의의 분쟁으로 대표 자리가 빌 때 공공에서 임시대표를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입주자대표회의 선거와 관련한 공공의 지도감독권한을 신설할 계획이다.
김효실 기자 hs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