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이름 뿐인 금연택시 '스톱'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관련 법령상 승객 없을땐 담배 피워도 규제 못해
서울, 과징금·대전 금연 협약… 지자체 제재 나서
업무 특성상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회사원 강모(28)씨는 간혹 택시 안에서 곤욕을 치른다. 택시 기사가 차를 타기 직전까지 피운 담배연기 때문이다.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철에는 화까지 치밀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강씨는 “여기저기서 금연구역이 늘어나고 있는데 택시 만은 전혀 다른 것 같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사회 전반에 걸쳐 금연구역이 확대되고 있지만 택시는 여전히 ‘금연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승객이 없을 때 택시 안에서 담배를 피워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는 이 같은 점을 감안해 택시 안 흡연을 막겠다는 방침이지만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26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여객자동차운송사업 개선 명령 및 준수사항’에 ‘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로 하여금 승객의 승차 및 운행 여부와 상관없이 택시 내에서 흡연하지 못하도록 관리하여야 한다’고 공고했다. 시는 이를 어길 경우 사업자에게 120만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위반 횟수에 따라 20∼40일의 사업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꾸준히 민원을 제기했고 택시업계에서도 이미지 제고를 위해 금연 규정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대전시는 지난달부터 관내 택시 8856대를 ‘금연택시’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경기 부천시는 3월 관내 개인택시조합, 8개 법인택시 업체와 금연택시 협약을 맺었다.

지자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간접흡연 피해 때문이다. 택시 안에서 담배를 피울 때 나오는 각종 발암물질은 좌석 등에 스며들었다가 비흡연자에게 전달된다. 담배를 피우는 1차 흡연, 곁에서 연기를 마시는 2차 흡연에 이은 ‘3차 흡연’이다.

관련 법령은 아직 금연택시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여객이 타고 있는 때에는 버스 또는 택시 안에서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고, 국민건강증진법이 규정한 금연구역에는 ‘16인승 이상의 교통수단’이 포함돼 있다.

두 가지 규정을 동시에 적용해도 기사 포함 5인승인 택시기사는 승객이 없을 경우 담배를 피울 수 있다. 승객 또한 택시 안에서 언제든지 흡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민주통합당 민홍철 의원 등 11명은 지난 19일 ‘여객자동차 안에서는 운수종사자 및 승객이 전면 금연’하도록 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민건강증진법은 개정 움직임이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법 개정을 통해 택시를 금연구역에 포함하려는 계획은 아직까지는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김모(57)씨는 “택시가 서비스 측면에서 더 발전하려면 금연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택시기사 이모(55)씨는 “개인택시는 어떻게 보면 자가용인데 자기 차 안에서 손님이 없을 때까지 흡연을 막는 것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고 반박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기사든 승객이든 누군가가 흡연할 경우 엉뚱한 사람까지도 좌석 등에 스며든 발암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며 “불특정 시민이 이용하는 운송수단이라면 흡연을 금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오현태·김선영 기자 sht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