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유희관 80㎞ ‘아리랑’ 투구… 리즈 159㎞ 압도

입력 : 2013-07-29 00:09:05
수정 : 2013-07-29 00:09:05
폰트 크게 폰트 작게
타격 타이밍 뺏어 LG 타선 제압, 시즌 6승… 두산 7대4 승리 견인
KIA·SK, 나란히 9회 뒤집기 쇼
흩뿌리는 빗줄기 속에 프로야구 두산의 왼손 투수 유희관이 모자가 벗겨질 정도로 혼신의 힘으로 공을 던졌다. 전광판에 찍힌 구속은 시속 132㎞.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온 힘을 쏟아부은 역투와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그러나 개인 최고구속이 시속 135㎞로 ‘느림의 미학’이라는 화두를 프로야구에 던진 유희관이라면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유희관이 28일 LG의 광속구 투수 레다메스 리즈(도미니카공화국)에게 완승을 거두며 팀의 7-4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 전력 분석팀이 측정한 유희관의 이날 최저 구속은 시속 80㎞. 최고 133㎞가 찍혔으니 가장 빠른 볼과 느린 공의 구속 차는 53㎞에 달했다. 리즈가 이날 기록한 가장 빠른 볼(시속 159㎞)과의 격차는 무려 79㎞. 그는 타자를 놀리는 것인지, 타이밍를 뺏으려는 것인지 의도를 알 수 없는 시속100㎞ 이하의 아리랑 커브를 무덤덤하게 두 번이나 던졌다. LA 다저스의 류현진처럼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를 섞어 던진 그는 이날 5와 3분의 1이닝 동안 안타 8개와 볼넷 4개를 허용했으나 LG 타선을 3점으로 봉쇄하고 승리를 따냈다.

유희관은 완급 조절과 정교한 제구에서 리즈를 압도했다. 2011년과 2012년 한국 무대에서 최고 시속 161㎞를 두 번이나 찍은 리즈는 이날 3회 대거 7점이나 준 뒤 4회 첫 타자 민병헌을 맞아 분풀이 삼아 시속 156㎞, 157㎞짜리 광속구를 잇달아 뿌렸으나 승리와는 무관했다. 강속구에만 의존한 그는 3회 거푸 볼넷을 내주고 위기를 자초한 뒤 직구를 줄곧 얻어맞아 7점이나 헌납하고 고개를 떨궜다.

반면 유희관은 3회에만 볼넷과 2루타 2방을 거푸 허용해 2점을 주긴 했으나 고비마다 내외곽을 구석구석 찌르는 완벽한 제구로 불을 껐다. 1회 2사 만루 대량 실점 위기에서 몸쪽 무릎을 파고드는 예리한 직구(시속 132㎞)를 던져 정성훈을 삼진으로 잡았다. 2회 1사 2루에서도 스트라이크 존을 관통하는 바깥쪽 낮은 직구로 문선재를 돌려세웠다. 5회 2사 2,3루에서 윤요섭을 삼진으로 솎아낸 공은 바깥쪽 123㎞짜리 체인지업이었다. LG 타선은 경기 전 배팅볼 투수에게 느린 볼을 집중 주문해 유희관의 아리랑 볼을 대비했다. 그러나 내외곽에 절묘하게 걸치는 유희관의 제구만큼은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두산의 올 시즌 ‘히트상품’인 유희관은 불펜에 머물다가 선발로 전환한 이래 이날까지 9차례 등판에서 단 한 번 5점 이상 실점했을 뿐 나머지는 3점 이내로 막아 시즌 6승((2패1세)째를 올렸다. 연봉 2600만원짜리 저연봉 고효율 신화를 연 유희관이 두산 선발진의 든든한 보루로 자리매김했다.

6위 KIA와 7위 SK는 나란히 9회 뒤집기를 연출하고 포스트시즌 진출 불씨를 되살렸다. KIA는 마산 원정에서 4-4로 맞선 9회초 안치홍의 쐐기 3점포에 힘입어 NC에 8-4 역전승을 거두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SK도 부산 원정경기에서 1-3으로 뒤진 9회초 최정의 2타점 2루타 등에 힘입어 4-3 역전극을 연출했다.

넥센은 삼성과의 대구 원정경기에서 선발 브랜든 나이트의 호투 속에 장단 13안타를 몰아쳐 5-2로 승리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