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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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위기 속 외교안보라인은 ‘휴가모드’

靑수석·통일부 실장·대변인 휴가
北, 나흘째 침묵… 野, 柳통일 만나
개성공단 사태가 공단 폐쇄 위기로 치닫고 있는 요즘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휴가 모드다.

청와대에서 개성공단 상황을 점검해야 할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휴가일정에 맞춰 지난달 29일부터 휴가를 보내고 있다. 지난 6월 남북당국회담 준비 과정에서 우리측 수석대표로 나섰던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과 통일부의 ‘입’인 김형석 대변인도 휴가 중이다.

통일부 사령탑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당초 일정대로 5일 휴가지로 떠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개성공단 남북 실무회담 결렬 직후 북한에 ‘마지막 회담’을 제안해놓고 우리측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중대 결단’을 내리겠다고 최후통첩했다. 그랬던 정부의 대북 라인이 개성공단의 존폐가 걸린 비상 시국에 한가롭게 휴가를 즐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속이 새카맣게 타 들어가는 공단 입주기업 대표자들은 1일에도 만나 대책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일각에서는 개성공단 담당 라인이 태평하게 휴가를 떠난 것을 대북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보기도 한다. 정부가 개성공단에 그닥 연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북측을 견인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마지막 회담 제의에 대해 나흘째 침묵을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김성곤 의원을 비롯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8명은 류 장관과 만나 정부가 ‘마지막 회담’, ‘중대 결단’ 등 경직된 표현을 사용해 스스로 운신 폭을 줄인 점과 입주기업들의 원·부자재 반출이 미흡한 점 등을 지적하며 정부의 유연한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류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합의문의 표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북측의 회담 태도에서 재발 방지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없었던 점이 합의가 늦어지는 요인”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정부는 정몽헌 현대그룹 전 회장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의 3일 금강산 방문 신청을 이날 승인했다. 현 회장은 추모행사를 한 뒤 일행과 함께 금강산의 관광 시설도 둘러볼 계획이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