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무상교육은 이 중 일부에서는 이미 지원이 되고 있다. 주로 저소득층에 대한 입학금·수업료·학교운영비 지원으로서 보건복지부의 기초수급자, 지방자치단체의 농어업인 자녀, 시·도 교육청의 저소득층 자녀 지원이 이에 해당된다. 그외에 교육부의 특성화고 재학생 입학금·수업료·학교운영비 지원이 있고,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 직원의 자녀 학비보조수당도 2100억원 정도 된다. 이 지원을 모두 합하면 2012년 기준으로 1조1762억원 규모가 되며 이는 총소요 재원의 절반 정도에 해당된다.
고교무상교육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내국세의 20.27%로 돼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교부율을 인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부율 인상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 첫째 이유는 교부율 인상 필요성이 단기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학생 수 감소라는 교육 비수요 감소요인과 교육 여건 개선, 복지 확대 등 수요증대 요인을 검토할 때 학생 수 감소는 앞으로 수십년간 지속되는 추세적인 변화인 데 비해 수요 증대 요인은 모두 현 단계에서 교육지출 수준을 증대시키는 요소이며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 국가재정 전체적으로 볼 때 교부율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가 민생의 안정을 중요한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교육부문을 포함해 노인,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복지정책을 제시했다. 그 정책을 충실히 시행하기 위해서는 5년간 13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며 그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교부율 조정을 통한 대응이 곤란하다면 자금을 차입하는 방안과 지방교육재정의 범위 내에서 지출의 우선순위를 설정해 특정 지출을 1∼3년 정도 연기하거나 지출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이다. 교부율을 인상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지방교육자치단체로 하여금 자금을 차입해 사용하도록 하고 3∼4년 후 재원에 여유가 생긴 후부터 점진적으로 상환해 나가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재정건전성 악화와 채무부담 증대는 단점이 된다. 지방교육청은 과세자율권이 없어 세입을 거의 모두 국가의 지원으로 조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방교육재정의 수지 악화와 부채 증가는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저해하고 국가의 신용도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차입을 통해 새로운 지출을 증대시키는 데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지출의 우선순위 조정은 우선순위를 설정해 지출이 증가하는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현행 교부율 내에서 지출계획을 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방법은 국정과제 상에 나타난 지출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급성이 적은 사업에 대해 시작 시점을 2∼3년 이후로 연기함으로써 재정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계획한 사업을 모두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목표 시점을 약간 늦추면 교원 수를 증대하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에 도달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교원의 확충을 서두르기보다는 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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