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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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탐사로봇 어떻게 진화했나

美 1997년 ‘소저너’ 첫 착륙, 바퀴 달린 탐사체 개발 ‘물꼬’
7년 뒤 쌍둥이 로버 보내 역할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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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는 냉전시대 옛 소련과 미국의 우주경쟁 때부터 뜨거운 이슈였다. 양국은 수많은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리며 새로운 별을 탐구하는 데 매진했다.

미국은 이 가운데 화성에 탐사체를 보내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데 성공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1997년 화성에 도착하는 데 성공한 소저너다. 패스파인더 우주선에 실려 1996년 12월 지구를 떠난 소저너는 이듬해 화성에 도착해 활동을 시작했다. 화성의 땅을 딛은 첫 번째 탐사 로봇이다.

소저너를 발사할 때만 해도 미 항공우주국(NASA)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활동 기간이 3∼4일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던 소저너가 약 3개월이란 긴 기간 동안 다양한 결과물을 보내오면서 ‘로버’로 불리는 바퀴 달린 화성 탐사로봇를 이용한 연구가 물꼬를 트게 됐다. 나사는 여행용 가방 사이즈에 불과했던 소저너를 개량해 골프장 카트 크기의 화성탐사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탐사 계획도 화성의 화학적 성분을 검사하는 수준을 넘어서 물이나 공기, 생명체 유무 등 화성이 지구에서 이주 가능한 지역인지에 대한 구체적 연구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그 결과 7년이 지난 2004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라는 2대의 쌍둥이 로버를 화성에 발사했다.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예상보다 훨씬 오랫동안 활동했다. 이유는 나사의 과학자들이 걱정했던 모래폭풍 덕분이다. 애초 두 로버를 화성에 보낼 당시 나사는 화성의 모래폭풍에 영향을 받은 로버들이 3개월간의 활동을 끝으로 탐사활동을 중단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모래폭풍으로 발생한 바람이 로버에 부착된 태양열 전지판의 모래들을 제거해 냈고, 이에 따라 활동 기간이 길어지게 됐다. 스피릿은 2011년을 끝으로 활동을 공식 중단했지만 오퍼튜니티는 화성에서 받은 태양열을 기반으로 아직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두 로버의 활동은 특히 세간에 감동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스피릿은 한때 교신이 중단되는 바람에 화성에 버려질 뻔했다. 나사는 이에 포기하지 않고 66회나 재부팅을 반복한 결과 스피릿으로부터 또다시 교신을 받을 수 있었다. 오퍼튜니티도 화성을 탐사하던 중 장애물에 걸려 한때 활동하지 못했지만 연구진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난관을 타개했다. 오퍼튜니티가 보내온 화성 빅토리아 분화구 사진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조종 끝에 나온 것으로 화성 탐사로봇 역사 중 가장 위대한 것으로 손꼽히고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