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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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천하'에서 '2인자 반란' 일으킨 루이스

"약혼자와 함께 늘 손을 잡고 다니며 행복한 모습을 보여요. 코스 밖에서 일이 잘 풀리면 골프도 더 쉬워지기 마련이죠."

올 시즌 여자프로골프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박인비(25·KB금융그룹)를 두고 한 말이다.

세계랭킹 2위인 루이스가 들어섰으나 취재진의 관심은 '메이저대회 4연승'을 노리는 박인비에게 쏠려 있어 그와 관련된 질문공세를 받아야 했다.

프로이기에 침착하게 대답해야 하는 게 당연했지만, 루이스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기자회견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조금은 망치고 싶은 마음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하던 루이스는 5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자신이 그 일을 해냈다.

4라운드 마지막 조에서 선두를 달리던 최나연(26·SK텔레콤)이 후반 흔들리는 사이 루이스는 17∼18번 홀 연속 버디로 역전, 우승(8언더파 280타)의 기쁨을 맛봤다.

이로써 루이스는 2011년 4월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이후 2년 넘게 이어진 '메이저 왕관'에 대한 갈증도 풀었다.

올 시즌 여러모로 박인비에 밀리던 그에게는 이번 우승이 더욱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그는 올해 3월 RR 도넬리 파운더스컵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에도 등극했다.

그러나 세계 정상의 꿈은 '4주 천하'에 그쳤다.

박인비가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골프 여왕' 자리를 가져간 것이다.

그 이후 박인비는 석 달 넘게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도넬리 파운더스컵 등 루이스는 올 시즌 2승을 거뒀지만, 3개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6승을 쓸어담은 박인비의 그늘에 가렸다.

상금, 올해의 선수 포인트, 평균 타수에서 모두 루이스는 박인비에 이은 '2인자' 신세가 됐다.

그러나 그가 박인비를 앞선 부분도 있는데, 바로 전체 1위를 달리는 '톱10 피니시율'이다.

앞서 17개 중 11개 대회에서 10위 안에 든 루이스는 이번에도 특유의 '꾸준함'을 앞세워 최후의 승자로 우뚝 섰다.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공동 9위까지 10명의 선수 중 나흘 내내 오버파를 한 번도 기록하지 않은 선수는 루이스뿐이었다.

특히 아마추어 시절이던 2008년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에서 커티스컵(미국과 영국-아일랜드 연합팀의 여자 아마추어 골프 대항전)을 치러 본 것은 루이스에게는 큰 자산이 됐다.

당시 3전 전승을 거둬 미국의 우승을 이끈 루이스는 5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골프 인생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우승을 일궈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