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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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볍게… 더 강하게… '잘 나가는' 수입차 이유 있네

BMW 5 시리즈
5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MBK)에 따르면 ‘The new SL 63 AMG’는 차체 전체를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한 벤츠의 첫 양산모델이다. 38개월 연구 끝에 알루미늄 차체의 무게를 256㎏으로 낮췄는데, 전체 중량은 140㎏이나 줄었다. 차체 앞부분과 지붕을 연결하는 A필러에만 스틸 튜브를 사용했고, 트렁크 덮개의 내부 지지대는 경량 탄소섬유로 제작했다. 무게가 줄면서 연료 소모량도 줄었다. MBK 관계자는 “탄소섬유 소재도 연구 중이지만 바로 차체에 적용하지 않는 이유는 고가인 탓에 제작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이 4.3초인 이 차 가격은 2억650만원. 탄소섬유를 쓰면 무게는 더 줄겠지만 가격도 그만큼 오른다는 얘기다.

차체에 알루미늄을 처음 도입한 건 아우디로 알려져 있다. 1993년 ASF(아우디 스페이스 프레임)라는 기술이 소개됐고, 이듬해 알루미늄 차체가 처음 적용된 ‘A8’이 등장했다. 강철에 비해 무게가 40%가량 가볍지만, 강도는 20% 정도 향상됐다.

캐딜락의 컴팩트 스포츠 세단 ‘ATS’는 지난해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처음 얼굴을 알렸다. 컴팩트 럭셔리 세그먼트에서 가벼운 차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가 1615㎏의 ATS를 탄생시킨 것. 알루미늄 후드, 마그네슘 소재가 쓰인 엔진 부품, 천연 섬유가 들어간 차문 외에도 고장력 강판으로 중량을 줄였다.

캐딜락의 컴팩트 스포츠 세단 'ATS'
지난 2월 출시된 ‘4세대 올 뉴 레인지로버’는 세계 최초로 100% 알루미늄 모노코크 차체를 적용한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차체 중량을 3세대에 비해 약 39%, 420㎏이나 감량했다. 차체는 물론 엔진 등 동력계통까지 경량화한 결과인데, 모델별로 제로백이 1초가량씩 당겨졌다. CO2 배출량은 22% 감소했고, 연비도 9% 향상됐다. 재규어의 럭셔리 세단 ‘XJ’는 우주항공 기술에서 비롯한 리벳 본딩 방식을 통해 100% 알루미늄 차체를 채택했다. 알루미늄은 강성이 뛰어나고 중량은 가볍지만 비싸고 접합 방식이 까다로운 게 단점. 이를 위해 용접 대신 로봇이 리벳을 박아 조립하는 방식이다.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포르쉐 ‘뉴 카이맨’의 차체는 박스터의 차체골격(BIW)이 기반이다. 알루미늄과 스틸 구조의 경량 차체 디자인을 통해 BIW 중량을 47㎏가량 줄였다.포르쉐는 필요한 부분에만 강철을 쓰고, 가능하면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등을 우선 사용한다. 뉴 카이맨의 차체 앞뒤, 바닥 및 도어, 앞뒤 트렁크 리드 등 BIW의 약 44%가 알루미늄이다.

폴크스바겐의 ‘7세대 골프’는 기존보다 길고 넓어졌지만 무게는 오히려 100㎏가량 줄었다. 알루미늄, 탄소섬유 등 비싼 소재를 전혀 쓰지 않았다는 게 포인트다. 대신 엔진, 주행장치, 전자장치, 상부구조 등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곳은 모조리 살을 뺐다. 총 37㎏을 줄인 상부구조에서는 바디는 물론 대시보드, 에어컨, 좌석 등 전 부분에서 경량화가 이뤄졌다. 이 결과 연비와 최고속도 등에 있어 6세대보다 성장했다. 근데, 가격은 오히려 내리거나 엇비슷하다. 골프가 잘 팔리는 이유다.

도요타의 ‘7세대 뉴 캠리’도 값비싼 소재가 아닌 ‘다른 길’을 택했다. 고장력 강판으로 차체 무게를, 부품을 개선해 엔진 무게를 줄였다. 그 결과, 6세대 대비 가솔린은 40㎏, 하이브리드 모델은 70㎏ 감량했다. 렉서스의 ‘3세대 뉴 제너레이션 IS’는 고장력 강판으로 차체 강성을 높이고, 스티어링 기어박스나 서스펜션, 타이어 등을 차체에 맞게 철저히 바꿔 각각의 성능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The new SL 63 Amg'의 알류미늄 차체
닛산의 스포츠카 ‘370Z’는 350Z를 기반으로 정숙성과 안정성 등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불어난 중량을 소재로 줄였다. 후드 등에 적용된 알루미늄을 1%에서 18%로 늘린 반면, 강철은 64%에서 29%로 줄였다. 여기다 연료 탱크 무게를 6.3㎏, 오디오를 1.6㎏, 배기시스템을 1.7㎏ 줄이는 등 총 108㎏을 뺀 게 370Z다.

BMW 5시리즈와 7시리즈도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등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성질이 다른 여러 철판을 겹친 멀티레이어 기술도 이용했다. 구동계통 쪽에서 실린더 헤드 및 크랭크샤프트 등에 알루미늄 합금을 썼고, 실린더 블록은 마그네슘, 엔진의 부수적인 장치인 워터펌프나 발전기 일부분에 티타늄을 쓴다. 5시리즈의 도어와 보닛 등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특히, 모든 도어에 알루미늄을 사용하면서 기존 강철 구조에 비해 23㎏이나 무게가 줄었다. 차세대 전기차인 i3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i8에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으로 만든 승객 셀(Cell)이 있고, M6 등 현재 양산되는 M시리즈 지붕에는 탄소섬유가 쓰인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