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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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러 이사 간다”

아파트 사우나, ‘친목도모’ 모임방으로 새롭게 뜬다

8명의 여야 수뇌부가 국회 의원회관 목욕탕 안에서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여당 대표가 먼저 지지부진한 협상을 끝내자고 입을 열자, 야당 대표는 먼저 약속을 지키라고 맞선다. 이를 지켜보던 여야 의원들도 옆에서 한 마디씩을 거든다.

SBS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에 나온 한 장면이다. 여야 남녀 의원간의 로맨스를 그린 이 드라마에서는 여야 지도부간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장소로 국회 목욕탕이 등장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실존했던 ‘목욕당(沐浴黨)’을 염두에 둔 설정이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목욕당은 지난 2009년 18대 국회에서 의원회관 목욕탕을 자주 이용하는 여야 의원들이 물밑 대화의 창구 구실을 하면서 정치를 부드럽게 해보자는 취지로 설립한 친목모임이다. 19대 총선 이후 활동을 중지했다가 올 초 다시 부활했다. 창립 모임에서는 “벌거벗고 맨몸으로 얘기하면 못할 게 없지 않느냐”는 덕담이 오갔다는 후문이다.

사회적 지위나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격의 없이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사우나의 인기는 국회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입주민 커뮤니티가 강조되면서 아파트 단지내 사우나의 이용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목욕이라는 원래 목적 외에도 입주민들끼리 친분을 쌓는 모임방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실제로 사우나로 유명세를 타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경기 용인시 동천동에 위치한 ‘래미안 이스트팰리스’가 대표적이다. 동천동 A공인 관계자는 “사우나 시설이 워낙 좋아 지역에서는 ‘래미안 이스트팰리스’하면 사우나를 떠올릴 정도”라며 “매매나 전세 문의시 사우나시설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 입주민 시설 중 사우나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면서 사우나를 갖춘 아파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서울 마포구 현석2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 마포 웰스트림’은 커뮤니티센터내에 목욕탕이 들어선다.

이와 관련, 신동인 삼성물산 분양소장은 “기존 입주한 래미안 아파트의 사례에 비춰볼 때 사우나의 이용률이 높아 지속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커뮤니티시설 개수만 늘리기보다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시설을 공급해 단지의 경쟁력을 높이려 한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