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장외투쟁과 국정원 국조는 별개라며 선을 긋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6일 “국정원 사건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 국정원 개혁에 대한 답변이 있어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답변(명분)이 있어야 (국회로) 돌아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 서울광장에서 시민단체와 결합한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최대 인원을 참여시켜 정국을 주도하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앞서 8, 9일에는 전북, 충남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여는 등 대국민 여론전도 강화키로 했다.
당 안팎에서는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을 회군 마지노선으로 설정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남 원장 해임은 국조특위 뿐 아니라 지도부도 줄곧 주장해왔다. 이른바 ‘남해박사’(남 원장 해임과 박 대통령의 사과)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남 원장은 전날 국조특위 기관보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해 괘씸죄가 추가된 상황이다. 국조특위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남 원장은 회의록을 재단하고 해석하는 월권행위를 자행했다”며 남 원장 사퇴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동에서 남 원장에 대한 교통정리 여부가 여야 대치 정국을 풀 열쇠로 떠오르는 흐름이다. 하지만 만남의 자리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5자 회담이 민주당으로부터 퇴짜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회담의 격이 단독→3자→5자로 낮아지는데 대해 민주당은 불만인 눈치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회담 제안에 응한 만큼 거부할 명분도 약하다. ‘응하자니 성에 안차고, 거부하자니 부담이 되는’ 형국이다. 즉답을 피한 김 대표 대신 전병헌 원내대표가 5자 회담에 대해 “청와대가 현 정국의 심각성과 그 해결책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한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 원내대표의 입장 발표는 사실상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당 차원에서 5자 회담 거부를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천막 상황실 6일째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운데)가 6일 서울시청 앞 광장 내 국민운동본부 천막 상황실에서 열린 당 상임고문단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장외투쟁 6일째를 맞아 당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한 것은 곤혹스러운 점이다. 이날 리서치앤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20.8%로 나타났다. 전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은 2.5%포인트 하락한 23.2%에 머물렀다. 장외투쟁으로 지지층의 결속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와 다른 결과다. 당 관계자는 “본격적인 장외투쟁이 지난주 말로 지지율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