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전국 자전거 도로 80%…'보행자와 위험한 동행'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행인 예측불가능한 걸음에 ‘아찔’
가로수·입간판 등 곳곳에 장애물
통학이나 외출 시 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대학생 김모(24)씨는 인도 위에 지정된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를 만나면 화가 치민다. 정부는 인도 폭이 비교적 넓은 곳에 겸용도로를 지정했는데, 행인과 가로수, 입간판, 상점에서 내놓은 물건 등을 피해 운행하려면 갈지자로 곡예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칫 사고라도 나면 자전거 운행자가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부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주장하면서 이런 현실을 알기는 하는지 모르겠다”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자전거와 보행자의 ‘위험한 동행’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자전거도로의 대부분은 자전거와 사람이 함께 다니도록 한 ‘겸용도로’인데, 도로 폭이 좁거나 각종 장애물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자전거 이용자 생각은 하지 않고 마치 도로 점령군처럼 ‘제 가고 싶은 데로’가는 시민들의 ‘동행의식’ 부족도 아쉬움이 남는다. ‘자전거 1000만대 시대’에 맞는 자전거전용도로의 확충과 시민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1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국의 자전거도로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80%가 겸용도로다.

2009년 1만1387㎞였던 자전거도로는 지난해 1만7153㎞로 50.6% 늘었다. 이 중 78.3%인 1만3432㎞가 겸용도로이고, 3062㎞는 자전거전용도로, 659㎞는 자전거전용차로다. 차로에 자전거도로임을 표시해 놓은 전용차로나 자전거만 다닐 수 있게 따로 만든 전용도로는 도로 사정상 충분히 늘릴 수 없다. 겸용도로가 대부분인 이유다.

문제는 겸용도로가 제 기능을 못하는 곳이 많다는 점이다. 세계일보 취재팀이 서울 종로구의 한 겸용도로(2.2㎞)를 살펴본 결과 사실상 자전거 통행이 불가능한 구간, 통행을 하더라도 행인과 자전거 이용자 모두 불편을 겪어야 하는 구간이 혼재했다.

특히 겸용도로 주변에 상점이 있는 곳의 상황이 심각했다. 이곳에는 의료기기 상점과 약국 등이 많았는데, 폭 3m 정도인 도로가 각종 입간판과 물건 더미로 1.3m 정도로 좁아진 곳도 있다. 마을버스 정류장이 위치한 곳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기도 했고, 약국 주차장 진출입로에서는 차량이 겸용도로를 막고 서 있기도 했다.

이 길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대학생 최모(27)씨는 “겸용도로에서는 속도를 내기 어렵고 행인과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지만 차로를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이용자는 겸용도로에서 사고를 낼 경우 상당한 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자동차’로 분류돼 보행자 보호의무를 지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유승우 의원은 지난 1월 현행 자전거도로 구분에 ‘자전거우선도로(자동차와 함께 이용하되, 차량 속도를 제한하는 등 자전거의 안전을 배려하는 도로)’를 추가하는 내용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소관위인 안전행정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우충일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 교육사업국장은 “자전거전용도로를 늘리고 보행자도 자전거와 함께 간다는 의식을 기르는 것이 해법”이라며 “이러한 노력 없이 자전거 활성화는 먼 얘기”라고 지적했다.

오현태·김선영 기자 sht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