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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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강대, BK21 무더기 탈락 공개 반발

유총장 “강소 사립대 국가가 말살”
소규모 학교 수적으로 불리 주장
교육부 “학부·학과간 경쟁”일축
유기풍 서강대 총장이 교육부의 역점 사업인 ‘BK(두뇌한국)21 플러스’ 지원대상 선정 과정에 문제가 많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해 파문이 일고 있다.

19일 서강대 등에 따르면 유 총장은 BK21 플러스 사업 지원 대상이 확정된 이후인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정 결과에 불만을 나타내는 글을 올렸다. 유 총장은 이 글에서 “재정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고유한 교육철학과 이념으로 국제화된 수월성 교육을 지향’하는 강소 사립대학을 국가가 나서서 말살하려 한다”며“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는 것인가”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무모한 생각과 행동을 실제로 보여주는 이 나라에서 강소 명문 사립대 총장은 그저 무력할 뿐”이라며 “하지만 우린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BK21 플러스 사업은 내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매년 약 2500억원을 투입해 과학기술분야 1만5700명, 인문사회분야 2800명 등 석·박사급 1만8500명을 양성하는 대학원 지원 사업이다.

서강대는 사업단은 한 곳도 선정되지 않았고 화학, 수학, 철학 등 6개 분야에서 사업팀만 7개 선정됐다. 지원금액은 16억7500만원이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번에 과학기술·인문사회 분야에서 108개대학이 지원한 345개 사업단 중 64개대 195개 사업단을 선정했다. 사업팀은 866개가 지원해 280개가 뽑혔다. 사업단 총 지원금액은 1740억원으로 사업팀 지원금액(총 550억원)보다 훨씬 많다.

유 총장은 교육부가 선정 결과를 발표한 지난 15일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규모가 작은 명문 사립대학은 이제 죽으란 말이냐”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엄청난 규모의 국민 세금이 쓰이는 이 사업은 수도권 국립대, 대형 지방 국립대, 대형 사립대가 독식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는 것을 바보가 아니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모순투성이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유 총장이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은 규모가 작은 서강대의 ‘수적 불리’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다른 사립대보다 교수, 대학원생 숫자가 적은 서강대는 대학원생의 연구실적도 적을 수밖에 없고 이것이 선정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BK21플러스 사업단 선정은 대학 간 경쟁이 아니라 대학별 학부·학과 간 경쟁이고, 다양하고 객관적인 평가 지표에 따라 결정된 것인데 서강대 측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BK21플러스 사업은 각 대학의 학부나 학과 대학원의 교육역량(19개)과 연구역량(15개), 제도개선(12개) 부문의 40여가지 세부 항목을 평가해 선정한다”며 “또 직접 연구비가 아니라 사업단에 참여한 학생들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인데 서강대가 규모의 열세와 불이익 등을 운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서강대 측은 “페이스북 글은 총장 개인의견”이라며 “연구중심대학을 위해서 교수 처우 개선이나 학교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강은·오현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