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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안동호·암하호 도수로 연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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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뚫리믄 인자 뭘로 먹고 사노? 배스하고 블루길이 넘어오면 닥치는 대로 다 잡아먹을 낀데…. 막막합니더.”

22일 경북 안동시 임하호에서 20년째 물고기를 잡고 있는 어부 이수섭(58)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1993년 임하댐과 임하호가 생기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씨는 이듬해인 1994년 어업허가를 받아 현재까지 20년째 조업을 하고 있다. 그물 빽빽이 걸려들었던 붕어와 잉어뿐 아니라 제법 값이 나가는 민물장어와 쏘가리, 가물치 등 토종 민물고기들은 이씨의 주요 수입원이다. 물고기를 잡아 자식교육을 시킨 이씨는 물고기들을 ‘자연의 은혜’라고 표현했다.

이씨처럼 임하호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는 어부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내년 4월이면 안동댐과 임하댐을 잇는 도수로 설치공사가 완료되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도수로가 연결되면 안동호에 있던 배스와 블루길 등 외래어종이 임하호로 넘어오면서 토종 물고기의 씨를 말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2일 경북 안동시 임하호에서 어부 이수섭씨가 그물에 걸린 붕어와 잉어, 강준치 등 토종 물고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도수로 설치 배경


안동호와 임하호의 연결은 2000년대 중반부터 제기됐다. 임하호 저수용량이 작아 매년 여름 많은 비가 내리면 댐에 담아두지 못하고 흘려버리는 물의 양이 늘었기 때문이다. 안동호 면적은 1584㎢, 임하호는 1461㎢로 큰 차이가 없지만, 저수용량은 각각 약 12억5000만t과 약 5억9500만t으로 임하댐에 담을 수 있는 물이 안동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임하댐에서는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에 물이 저수용량을 초과하면서 현재까지 7차례나 방류했다.

2009년 양 호수의 물을 유기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통로를 뚫어 수자원 낭비를 줄이자는 취지로 공사 추진이 결정됐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는 총 사업비 1024억원을 들여 경북 안동시 임동면 마리와 망천리 일원의 산 아래로 지름 5.5m, 길이 1925m의 원통형 도수로를 만들기로 했다. 이 통로를 통해 매년 2370만t의 물이 두 댐을 오가게 된다. 공사는 2011년 11월 착공했으며 현재 터널 굴착을 끝내고 취수탑 등 설비 설치 작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

◆임하댐은 토종 물고기의 보고

안동호는 매년 국제배스낚시대회가 열릴 만큼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이미 배스와 블루길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1976년 준공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어자원 육성책을 꺼내들고 국내에 외래어종을 도입하면서 이곳에 토종어류 치어들은 물론 배스와 블루길의 치어들도 함께 방류됐다. 90년대에 이르러 포식성이 강한 이 외래어종들이 토종어류들을 누르고 우점종이 된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인접한 임하호는 외래어종 청정지대로 일컬어진다. 35명의 어부들은 임하호에 쳐놓은 그물이 100여개에 이르지만 1993년 호수가 생긴 이후부터 현재까지 그물에 걸린 배스, 블루길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낚시꾼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안동에서 민물낚시동호회와 함께 모 낚시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임하댐이 생기고 나서 동호회원들과 함께 수백 번도 넘게 임하호에 가봤지만 배스와 블루길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2011년 한국어류학회지에 실린 연구조사 자료에도 나와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서식하는 어종은 뱀장어, 붕어, 누치, 끄리, 강준치, 동자개, 메기, 쏘가리, 가물치 등 10종이며 검정우럭과의 배스와 블루길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한국수자원공사의 주장은 달랐다. 임하호에는 원래 배스와 블루길이 살았으며 현재도 상당수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3월부터 11월까지 수공이 한 대학에 용역을 맡겨 실시한 사전환경성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하호에서 투망, 자망, 뜰채 등의 어구로 잡아올린 총 237개체 중 10.1%인 24마리가 블루길, 1.3%인 3마리가 배스로 나왔다.

보고서대로라면 임하호에서 잡히는 물고기 10마리 중 1마리는 블루길이어야 하고, 배스도 간간이 걸려들어야 해 어민들은 수자원공사의 조사를 믿지 못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수공의 공동재조사 도마에

5월 수공은 어민들의 시위 집회 등 마찰이 이어지자 재조사 방침을 세웠다. 완공을 8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임하댐의 어종 분포를 다시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불신이 쌓일 대로 쌓인 어민들이 수공의 조사를 믿을 수 없다며 항의하자 수공은 어민들과 함께 공동조사를 하기로 지난달 결정했다. 그러나 조사 기간을 정하는 부분에서 또 한번 마찰이 일고 있다. 어민들은 외래어종의 서식 여부를 알아보는 데 1개월이면 충분하다는 주장이지만 수자원공사는 1년 정도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수섭 어민 대표는 “외래어종이 사는지 안 사는지만 다시 확인해보자는 것인데 공사를 진행하면서 1년 가까운 조사를 벌이자는 것은 억지며 시간 끌기”라면서 “일단 공사를 끝내고 손을 떼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정목 수자원공사 임하공사팀 차장은 “5∼6월이 어종들의 산란기이기 때문에 그 시기까지 철저히 조사를 해서 없으면 왜 없는지, 있으면 얼마나 있는지 등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임하호 어류 공동조사에서 배스, 블루길이 나오지 않을 경우 기포와 초음파, 음파, 전기 등을 이용해 안동호에서 도수로로 접근하는 물고기의 접근을 막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면서 “실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이러한 방법들이 쓰이고 있으며 자료를 검토해 검증된 방법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안동=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