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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거포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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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1위’ 넥센 박병호 25개 그쳐… 미·일선 ‘60홈런 시대’ 바라 봐
치열한 순위경쟁속 ‘스몰볼’ 치중, 나무배트 사용도 거포 육성 발목
올 시즌 미·일 프로야구에서 60홈런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30개를 갓 넘긴 선수가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0년 이대호(당시 롯데·44개) 이후 40홈런도 없을 만큼 갈수록 거포 부재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더 이상 2003년 아시아 신기록인 56홈런을 때려낸 이승엽(삼성) 같은 거포가 탄생하기는 힘든 걸까. 

현재 일본 열도는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55홈런) 경신 여부로 뜨겁다.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이 29일까지 5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발렌틴이 8월에만 17개를 몰아친 터라 앞으로 31경기에서 최다 홈런 기록은 물론 최초의 60홈런 돌파도 바라볼 수 있다. 미국도 크리스 데이비스(볼티모어·47홈런)와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43홈런)가 벌이는 홈런왕 레이스가 뜨겁다. 데이비스와 카브레라는 페이스만 놓고 보면 60개에 못미치지만 라이벌 구도가 형성된 만큼 가속도가 붙을 경우 60홈런 돌파도 가능하다.

반면 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한국 프로야구의 홈런 1위는 박병호(넥센·25개)다. 그 뒤를 최정(SK)과 최형우(삼성·이상 24개)가 따르고 있다. 세 명 외에는 아직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선수가 없다. 10홈런 이상으로 기준을 낮춰도 18명에 불과하다. 이쯤되면 ‘거포 가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3.82)에 비해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4.34)은 크게 올랐다. 에이스의 상징인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도 단 두 명(NC 찰리, SK 세든)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홈런 숫자가 감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성적에 대한 조바심과 치열한 순위 경쟁으로 눈앞의 1승에 매달리는 각 팀들이 강공 위주의 ‘빅볼’보다는 번트와 작전 등 세밀한 야구인 ‘스몰볼’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모든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를 투수로만 뽑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결국 ‘야구는 투수놀음’이기에 각 구단들은 찾기 힘든 40홈런 이상이 가능한 거포보다는 선발 자원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투수들의 수준 향상도 거포 부재를 부채질하고 있다. 과거 투수들의 레퍼토리는 직구, 슬라이더, 커브 등 단조로웠다.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의 투수들이 투심이나 커터, 싱커, 포크볼, 체인지업 등 땅볼 유도 구질을 장착한 상황. 타자들의 환경이 나빠진 셈이다.

여기에 아마추어 야구에서 장타가 많이 나오는 알루미늄 배트보다 정확성이 요구되는 나무 배트를 쓰면서 거포 육성 자체가 힘들어진 것도 한 이유다. 이 탓에 고교 야구에서는 발 빠른 쌕쌕이 유형의 타자들이 양산되고 있다. 프로구단들도 타고난 힘이 요구되고 키우기까지 오래 걸리는 거포보다는 당장 써먹기 쉬운 발 빠른 교타자를 신인드래프트에서 더 선호해 거포 기근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29일 넥센과 KIA의 광주경기가 비로 취소됐다.

남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