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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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관리 핵심은 습도… 온도까지 24시간 자동 체크

국립중앙박물관·장서각
국보·보물관리 이렇게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보 67건, 보물 131건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 고전적, 고문서 등 종이류 문화재가 중심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장서각은 28건의 국보, 보물을 품고 있다. 반가사유상, 외규장각도서, 조선왕조의궤, 동의보감 초간본 등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가 인정하는 유물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길게는 수천년의 세월을 견뎌내며 특별한 가치를 인정받은 유물인 만큼 최상의 조건에서 보관되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습도를 적정치로 유지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온도와 공기 상태, 조명 등도 24시간 자동적으로 체크된다. 훼손이 심한 유물도 많은 만큼 최선의 보존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관계자가 고문서 보존처리를 하고 있는 모습.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핵심은 습도의 관리


박물관, 장서각 모두 유물 관리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습도다. 습기가 적정치로 관리되지 못할 경우 유물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종이 재질의 유물은 건조한 상태에 지속적으로 놓이면 과자처럼 바스라질 수 있고, 금속 유물은 물기가 많으면 부식이 심각해질 수 있다. 종이류 유물이 대부분인 장서각의 김학수 국학자료연구실 실장은 “물기는 종이와는 상극이다. 이것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보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장서각의 습도관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오동나무다. 수장고의 벽면과 바닥, 서가는 오동나무로 처리되거나 만들어져 있다. 장서각 관계자에 따르면 오동나무는 수분이 많으면 흡수를 하고, 부족하면 뱉어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방충에 탁월하다는 점도 오동나무의 장점이다. 장서각이 전국 각지에서 수집하는 민간 문서는 적절한 환경에서 보관된 경우가 드물어 병충해를 품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방충은 유물 관리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장서각은 특별한 가치를 가진 유물은 일일이 장정을 하는 ‘포갑(包匣)’과 더불어 오동나무로 된 상자에 따로 보관해 ‘포갑+상자+수장고’로 된 3중의 보존 방식을 적용하려 하고 있다.

박물관은 ‘조습패널’을 사용한다. 기능성을 더한 나무로 수장고 벽면을 처리했다. 보관 유물에 따라 패널의 특징이 다른데 금속 유물 수장고는 습기를 빨아당기는, 종이류 유물 수장고는 습기를 유지하는 패널을 사용한다. 습도는 수장고 곳곳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50% 전후로 자동 관리된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가 온도다. 온도의 변화가 심할 경우 수축, 이완을 반복해 원형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20도 내외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다. 습도와 마찬가지로 자동적으로 체크된다. 기준치의 습도, 온도가 유지될 때의 상태는 봄, 가을 상쾌한 날씨를 떠올리면 된다.

수장고 내부의 공기질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물관은 매달 공기질을 측정한다. 박물관 임재완 학예연구사는 “공기 중의 이산화황은 부식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계속해서 확인을 해야 한다”며 “필요에 따라서는 바깥 공기를 집어넣는 등의 방식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명은 자외선 차단이 필수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습도, 온도, 조명 등에서 유물 보관에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전적이 정리되어 있는 장서각의 서가(왼쪽)와 국립중앙박물관 금속수장고의 모습.
한국학중앙연구원·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불가분의 관계, ‘보존 처리’

발굴되거나 새로 수집되었을 때 유물이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리는 없다. 찢기고, 부식되고, 깨진 것은 긴 세월의 흔적이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자료가 들어오면 우선 ‘훈증’을 통해 살균, 살충 작업을 한다. 대여 등을 통해 수장고를 벗어났던 유물이 ‘의심스러운 환경’에 노출되었다고 판단되어도 훈증 과정을 거치게 된다. 유물의 손상 형태에 따라 ‘치료’도 받아야 한다. 고전적, 고문서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손상은 구겨짐이나 결손이다. 종이의 질을 파악해 똑같은 종이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결손을 보강하기도 한다. 장서각은 보존처리 과정에서 유물의 내용을 마이크로필름으로 제작하고, 디지털 스캔을 한다. 고문서의 내용을 영구적으로 전하기 위한 조치다. 디지털 스캔은 변조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중요한 자료일수록 마이크로필름으로 만든다. 박물관 역시 보존실에서 제대로 단도리가 된 유물만을 수장고에 들인다. 응급조치가 필요한 유물의 경우 ‘밀폐장’에 따로 보관돼 보존처리를 받는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수장고에 들어오는 유물은 가치에 상관없이 동일한 환경에 놓인다. 임재완 연구사는 “국보라고 해서 특별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며 “수장고에 들어온 순서에 따라 위치를 잡고 보관된다”고 전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