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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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자택서 여생 보낼 수 있게 해달라”

입력 : 2013-09-10 19:48:07
수정 : 2013-09-10 23: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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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징금 완납 발표 현장
부친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완납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10일 검찰에 나온 장남 재국씨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예정된 오후 3시보다 조금 이른 2시58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검은색 제네시스를 타고 온 재국씨가 차에서 내리자 청사 주변은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사진기자들이 연신 터뜨리는 플래시로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였다.

검정색 뿔테 안경에 검은 정장을 착용한 재국씨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침통한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서서 정면을 응시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라는 제목의 A4 용지 1장 분량의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차분하지만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2분가량 사과문을 읽은 그는 “(자진납부하기로 한 연희동 사저 본채의 경우)저희 자녀들은 부모님께서 반평생 거주하셨던 자택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며 다시 한 번 허리를 깊이 숙였다. 전 전 대통령이 1995년 12월2일 검찰의 12·12와 5·18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에 반발해 연희동 자택 앞에서 ‘골목성명’을 발표하던 당시와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사과문 낭독을 마친 재국씨는 미납 추징금 완납 계획서를 제출하기 위해 검찰 청사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왜 돈을 돌려주기로 했느냐, 훔친 돈이기 때문인가” 등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뻣뻣했던 아버지… 고개 숙인 아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5년 12월2일 측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검찰의 내란음모 혐의 전면 재수사에 반발해 ‘골목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왼쪽 사진). 전씨는 1997년 법원에서 내란죄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16년 만인 10일 전씨의 장남 재국씨가 미납 추징금 자진 납부계획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찾았다. 재국씨는 대국민 사과문도 발표하며 고개를 떨궜다.
이재문 기자,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날 검찰 청사가 떠들썩했던 것과 달리 서울 연희동 전씨 자택 주변과 내부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오전에는 가사도우미로 보이는 한 여성이 전씨 사저로 들어간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왕래가 없었으며, 오후에 재국씨가 미납 추징금 납부 계획을 발표할 때도 내부에서는 미동조차 없었다.

조성호·김민순 기자 com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