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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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비용 100% 부담하는 남자, 어때요?

30대 초반의 직장인 C씨는 여자친구의 여자친구의 남자친구에게 불만이 많습니다. 두 여성은 ‘절친’인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남자를 만나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시콜콜 많은 것을 얘기하고 공유하는 모양입니다. C씨는 경제관념이 투철한 편이고, 여자친구 역시 ‘남자한테 얻어먹기만 하는 것’을 질색하는 사람이라 데이트할 때 적당하게 비용 분담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의 여자친구의 남자친구는 여자가 돈 내는 걸 못 봐주는 남자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데이트 비용을 100% 부담한다는군요.

여자들끼리 당연히 그런 얘기가 오고 갔을 것이고, 그래선지 어느 순간부터 여자친구는 C씨에게 바라는 게 많아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녀가 욕심이 생겨서가 아니라 누구는 남자가 돈 다 내주는데, 내 남자는 안 그렇다면 한번쯤 고개를 갸우뚱해보는 건 당연하지요. 그래서 C씨는 데이트 비용을 100% 다 내는 다른 남자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을 때가 있다네요.

우리 정서상 데이트할 때는 주로 남자가 돈을 내지만, 요즘은 인식이 바뀌면서 번갈아 부담하거나 공동 부담하거나 몇 번에 한 번씩은 여자가 부담하거나, 커플마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데이트 비용을 해결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아직도 여자한테 돈 한 푼 안 쓰게 하는 큰 주머니 남성들도 적지 않는데요. 여자 만날 때 돈 잘 쓰는 남자들, 물론 그녀를 좋아하거나 잘 보이려고 그러는 것이지만 생각만큼 효과가 있을까요?

같은 남자로서 이렇게 생각한다.

1.내 사람이 되든, 안 되든 밥은 먹어야 하고 이왕 먹는 거 좋은 거 먹는 게 예의일 것 같다. 물론 내 사람 될수록 기꺼이 돈 쓰는 것도 이해한다.

2.내 사람이 된 후에야 돈을 써도 보람이 있지만, 특히 첫 만남에서 비싸게 지르는 것은 절대 반대! 내 연애상식으로는 첫 만남에서 비싸게 내는 건 무의미하다. 잘 안 되면 본전 생각 나서 더 짜증난다.

3.돈 많이 쓴다고 점수 따는 건 아니다. 가벼운 만남이 목적이라면 있는 척 하면서 돈을 많이 쓸수록 효과가 있겠지만, 진지한 만남이라면 처음부터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내 주머니 사정에 맞게!

4. ‘내 여자다’ 생각하면 돈 생각 안 든다. 비용이 신경 쓰인다면 내 여자라는 생각이 안 들어서일 것이다. 그렇다고 여자가 비용 부담 안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간의 돈 때문에 좋은 사람을 놓치는 실수를 안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5.첫날 공연관람을 했는데, 그녀는 내가 돈 많이 썼다고 코스 요리를 대접했다. 신선한 충격이었고 이후 모든 데이트 비용은 내가 냈다. 남자는 자기를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돈 같은 건 아깝지 않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여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1.내게 돈 잘 쓰는 남자와 돈 아끼는 남자, 둘 다 만나봤다. 남자한테 바라는 게 많아서가 아니라 여자는 자기 위해서 돈 쓰면 마음이 기울어진다. 그건 남자가 더 많이 좋아한다는 것이니까.

2.내 친구가 연애시절에 지금 남편이 무지 돈을 잘 썼다고 한다. 근데 결혼하고 보니 그게 다 빚이었다고. 돈 쓰는 걸로 남자의 경제력 내지는 감정을 판단해서는 안 될 것 같다.

3.나는 남자가 돈 많이 쓰면 나도 뭔가는 해줘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니까.

과유불급이라고 했지요.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는 말인데요, 어디서 주워서 생긴 돈도 아니고 애써서 번 돈인데 기왕 쓰는 거 효과가 있어야지요. 돈으로 그녀의 마음을 사겠다는 생각이라면 실패확률이 높습니다.

정상적인 생각을 하는 여성들이라면 돈을 많이 쓰는 것에 대해 감동보다는 부담을 갖거든요. 적절한 타이밍과 정도에 맞춰 꼭 필요한 순간에는 화끈하게 쓰되 평소에는 적당하게! 데이트 비용 다 내고 ‘공공의 적’ 되지는 마세요.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