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대부업 평정’ 日자본, 저축은행도 삼키나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금융위, 인수 허용… 시장 장악 우려
국내 금융지주사 등 여력 없어… 자기자본 등 만족 때 허용키로
자금력·연체관리 노하우 무기, 업계 1위 러시앤캐시 등 관심
대부업체 ‘무혈입성’ 비판 일어
러시앤캐시 등 대형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가 허용된다. 침체된 저축은행업계의 구조조정과 새로운 성장모델 개발을 위한 선택이라지만 풍부한 저금리 자금을 무기로 국내 상륙 수년 만에 대부업계를 평정한 일본계 자본이 저축은행마저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2일 대형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엄격한 기준하에서 허용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대출 부실사태 등으로 매각대상이 된 저축은행이 여럿 있지만 기존 금융지주·증권사 등이 이를 인수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엄격한 인수 승인 및 운영·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 대부업계의 고금리 대출, 불법채권 추심 등 부정적인 이미지와 영업 방식이 저축은행 쪽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방침이다.

우선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 수 있는 자격을 자기자본 500억∼1000억원 이상(향후 확정)인 대부업체에만 부여할 계획이다. 또 대부업계 평균 가계신용 대출 금리는 38.1%인데 저축은행은 신용등급별 합리적인 신용대출 금리체계를 마련해 연 20%대의 이자율을 유지하도록 했다. 저축은행이 대부업체 금고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저축은행의 대부업체 대출을 막고 저축은행 고객을 대부업체로 알선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점진적으로는 저축은행 인수 대부업체의 신규 영업을 최소화하고 대부 잔액을 축소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아울러 지난해 말 기준 1만895개에 달하는 대부업체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우선 기존 대부업을 대부업, 대부중개업, 매입채권추심업으로 구분, 대부업에 자본금 법인 1억원, 개인 5000만원 이상으로 자격요건을 도입했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대부업체는 전체의 15.7%인 1706개다.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채권추심업에 대해선 법인으로 자격을 한정하고 5억원을 자본금 요건으로 정했다. 과장광고, 불법 수수료 수취 등의 우려가 있는 대부중개업은 자본금 대신 개인 1000만원, 법인 3000만원 이상의 보증금 제도를 도입한다.

금융위는 이 같은 새 대부업 요건을 신규업체에는 바로 적용하고 기존 업체는 2년간 유예기간을 줄 방침이다. 또 각 기초단치단체에서 관리해온 대부업 중에서 채권추심업체와 2개 이상 시·도에서 영업하는 대부업체, 대부중개업체는 금융위에서 직접 관리·감독하게 된다.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허용은 이미 대부시장에서 1, 2위 자리를 석권한 일본계 금융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주게 될 전망이다. 풍부한 자금과 심사·연체율 관리 노하우를 갖고 있는 국내 진출 일본 금융사는 국내 저축은행 인수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이미 오릭스, J트러스트, SBI 등 일부 금융사는 푸른2저축은행(현 오릭스저축은행), 미래저축은행(친애저축은행), 현대스위스저축은행(SBI)을 인수한 상태다. 이미 여러 차례 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한 국내 대부업 1위 러시앤캐시도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일본계 자금이 대부업에 이어 저축은행에도 진출, 국내 서민금융의 주류를 차지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특히 2011년 12조6000억원, 2012년 12조3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부실상태에서 회생한 저축은행업계에 대부업체가 ‘무혈입성’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많다.

박성준·김유나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