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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두음 지음/선인/3만원 |
2008년 중국에서 ‘첸푸(潛伏·잠복)’라는 제목의 스파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1945∼49년 일본 패망 직전부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당시 중통(中統·국민당 중앙집행위 조사통계국)과 함께 중국국민당의 대표적인 특무기관이었던 군통(軍統·국민정부 군사위 조사통계국)에 잠입한 중국공산당 첩보원의 활약을 그린 30부작 연속극이다. 1938년 설립된 군통은 반일(反日)의 최일선에서 첩보 및 비밀공작을 수행했으며, 반공(反共)의 입장에서도 진보인사 억압에 나섰다. 바로 군통의 전신이 1932∼38년 6년 동안 활동했던 준(準)군사조직 남의사(藍衣社)다. 중국인의 푸른 옷 색깔에서 남의사가 나온 것처럼 광복 직후 조선공산당 평남위원장 현준혁을 암살하는 등 백색 극우테러로 악명을 떨쳤던 백의사(白衣社)가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뜻을 가졌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책은 여전히 역사의 논란으로 남아 있는 남의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한 연구서다. 이 책에 따르면 근대화의 위기에 직면한 장제스(蔣介石)는 광범위한 국민통합과 신속한 산업화를 위한 해결책으로서 파시즘을 인식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기만적 선동으로 국민을 동원한 이탈리아와 독일의 파시즘, 군부와 관료기구를 이용한 일본의 파시즘과는 달리 장제스의 파시즘은 남의사라는 비밀조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철학적 측면에서도 남의사의 중요 인물이 일본유학파 출신의 황푸군관학교 졸업생이라는 점에서 유럽보다는 일본의 영향을 받으며 유·불교와 같은 중국의 전통 가치·철학도 포괄한다. 중국·대만 전문가인 저자 정두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IFES) 교수는 “장제스는 일본 육사 출신으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남의사 조직은 일본의 비밀조직과 공통점이 많다”며 “군국주의 성격이 강한 일본의 파시즘과 지행일치(知行一致) 원칙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사상 등에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청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