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회 내부에서 진행된 예산심사는 전혀 딴판이었다. 취재팀이 국회 예결위 수석전문위원실에서 예산안 심사를 위한 보조·참고자료로 작성한 ‘201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조정소위원회 심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예결위원 50명은 모두 55조2127억원의 예산 증액을 주장했다. 예년의 15조∼20조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로 ‘역대 최대의 뻥튀기’라는 오명이 뒤따랐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이명박정부와 18대국회 임기 말이었다. 국회 관계자는 “민원성 예산을 끼워넣는 ‘쪽지’가 유례없이 많이 밀려들었다”고 회고했다. 나라 안팎의 경제위기와 무관하게 고질적으로 되풀이된 의원들의 잇속 챙기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자료에는 각 예산별 증액을 주장한 의원의 이름과 이유가 기재돼 ‘장막’ 뒤에서 벌어진 의원들의 예산 따내기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예결위원들이 증액을 요구한 건수는 최소 2170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위헌 논란까지 빚고 있는 비목신설이 178건이나 쏟아졌다.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헌법 제57조)는 규정을 무색하게 한다.
현지 지역민의 숙원사업인 흑산도 소형공항건설사업의 경우 당시 전남지역에 연고를 둔 의원들이 비목신설을 통해 20억원을 배정했다. 당시 이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었고 그 결과는 4개월 후에야 나올 예정이었다. 예산편성의 원칙과 절차를 어긴 흑산도 공항 증액안은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올해 9월 26일 제출된 2014년도 정부 예산안에 울릉도 공항 신설과 함께 포함됐다.
임천∼청양 간 국도건설과 한국도시광산기술원 설치(광주)사업도 유사한 방식으로 각각 20억, 40억원이 증액됐다. 지난해 12월31일 342조원 규모의 올해 예산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도 ‘쪽지예산’은 도마에 올랐다. 국민 혈세를 감시해야 할 국회 예결위가 지역구 챙기기, 예산 나눠먹기, 실세·중진의원 지역구 예산 몰아주기와 같은 갖가지 편법과 야합이 판치는 ‘밀실’로 전락한 셈이다.
특별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