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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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낯뜨거운 서울 유적지 '표석'

띄어쓰기 통일 안 되고 외국어 병기도 제각각
1986년 아시안게임 개최를 앞두고 설치되기 시작한 서울 시내 유적지 표석이 표기나 내용상으로 적지 않은 오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8일 명지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서울시에 제출한 '표석 정비 가이드라인' 보고서를 보면 서울 시내에 산재한 335개 유적지 표석 중에는 표제어의 띄어쓰기, 외국어 병기가 제각각이거나 표제어와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나타났다.

글의 '제목'이라고 할 수 있는 표제어가 빠진 표석도 있었다. 중구 '저경궁 터' 표석은 335개 표석 중 유일하게 표제어가 빠지고 본문만 실려 있었다.

보고서는 현재 표석의 가장 큰 문제로 표제어 띄어쓰기를 지적했다. 몽양 여운형의 집터는 '여운형집 터'로, 손병희 집터는 '손병희선생집터'로 돼 있었다.

각각 영문 표기 방식도 'Site of Yeo Un-hyeoung's House', 'House of Son Byeonghui'로 다르다.

한자 표기도 한글 옆이나 아래에 또는 괄호 속에 함께 적거나, 괄호 없이 쓰는 등 제각각이었다.

영어까지 쓴 표석은 줄을 바꿔 '한글-한자-영어'로 쓰거나 한자를 생략한 채 한글과 영어만을 쓰거나, 한자는 한글 옆에 괄호로 적고 영어는 줄을 바꿔 적는 등 다양한 형태로 함께 적었다.

율곡 집터는 본문에 '이언저리가 이이(李珥) 이율곡(1536 - 1584) 선생이 살던 절골 집터'라고 돼 있다. 이는 '이이(李珥) 이율곡'를 '율곡 이이'로 써야 어법에 맞다는 지적이다.

'서대문정거장터'는 서대문 정거장에 대한 설명보다 경인선 개통 내용이 주를 이뤄 표제어와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1985년 7개가 처음 설치된 표석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23개가 설치된 후 1999년까지 해마다 10개 안팎으로 제작됐다. 이어 2000년에는 24개, 2001년에는 67개 등 대규모 국제 행사를 앞둔 시점에 집중적으로 설치됐다.

보고서는 "표석 내용을 분석했을 때 많은 문제점이 문안에서 나타났다. 표제어처럼 띄어쓰기나 형식에 통일성이 없을 뿐 아니라, 비문이나 불분명한 표현처럼 어법에 맞지 않은 부분도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흩어져 있는 표석의 문안 내용을 바로잡고 디자인 등을 개선할 예정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