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이날 밤 종각역 근처 대로변에는 택시를 잡으려는 시민들이 쏟아졌다. 다수의 택시들은 ‘예약’ 표시등을 켜거나 아예 꺼버린 채 지나치기 일쑤였다. ‘빈차’ 표시등을 켠 택시는 찾기 힘들었다. 잠시 멈췄다가 승객을 밖에 세운 채 행선지만 듣고 그냥 가는 택시가 태반이었다. 불법 현장을 단속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회사원 이윤희(33)씨는 “택시 기본요금이 올라 서비스가 좋아진다던데 뭐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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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객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택시에 부착된 요금인상 안내 및 조견표. |
요금 인상 이틀째인 13일 낮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미터기를 교체하거나 내부에 폐쇄회로(CC)TV나 차단벽을 설치한 택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요금인상 안내 및 조견표’를 제대로 붙이지 않거나 요금 인상을 설명하지 않는 택시기사도 많았다. 대학생 김모(22)씨는 “택시 요금을 낼 때가 돼서야 요금이 인상된 걸 알게 돼 따졌더니 택시기사가 앞좌석 문쪽에 끼워놓은 요금인상 조견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 있으니 읽어보라고 했다”며 “이게 무슨 서비스 향상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요금 인상에 따른 수혜자가 돼야 할 기사들의 표정도 승객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특히 법인택시 기사들은 요금인상 시행 전부터 ‘업주들만 배불린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가 이달 초 발표한 ‘택시 서비스 혁신 종합대책’에서 기준납입금(사납금) 부분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여 개에 달하는 서울 지역의 택시업체의 대부분은 요금 인상에 따른 사납금 인상을 1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고, 인상폭은 2만5000원 전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택시기사로 4년째 일하고 있는 백모(53)씨는 “급여가 20만원 좀 넘게 오르고, 가스 지원이 늘어봐야 전체 40만원대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입금(사납금)이 2만원만 늘어도 우리의 부담은 50만원이 넘게 늘어나는 꼴이라 적자”라고 말했다. 개인택시기사인 이모(45)씨는 “원래 9, 10월에는 대학등록금 등 가계지출이 늘어나 택시 승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택시 서비스 질 향상에 대해 고개를 내젓는 택시기사도 있었다. 대부분은 실질적인 처우개선이 없는데 당장은 효과가 나타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법인택시기사로 일한 지 6개월 된 김모(49)씨는 “사측에서 서비스 질 향상에 대해 교육시간 증가와 같은 내용을 말한 적은 없었다”며 “승객에게 단정히 보이기 위해 상의를 셔츠로 입자는 합의만 자체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