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무한히 반복되는 ‘거울 속의 거울’ 시점을 이용하여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들을 장난감 가지고 놀 듯 연출해 보여준다. HD스크린 비디오, 평평한 패널에 그린 유화, 디지털 사진 등을 결합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평면 작업과 미디어 작업 사이의 구분을 모호하게 해준다. 여러 겹의 착시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만약에 ∼?’라는 끝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만약에 키가 더 컸다면? 더 뚱뚱했다면? 나의 내면 역시 달라졌을까? 내가 만약에 5살이었다면? 내가 여자이거나 말, 또는 새의 몸을 가졌다면? 만약에 내가 들어와 있는 이 방이 환영이고 벽에 걸린 그림이 실제라면? 등등이다. 이런 것들에서 모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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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피에로처럼 작품에 등장시켜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 내고 있는 그레고리 스콧. |
“나는 인간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의 상태를 포착하고 싶다. 웃음, 외로움, 허무함, 욕망, 불안전함, 혼란, 그리고 유희와 같은 감정들 말이다. 특히 언어적인 표현을 벗어나 존재하는 순간들을 포착하고 싶다. 유머가 어떠한 방식으로 슬픔의 감정을 더욱 가슴 저미게 하는가? 아니면 슬픔의 감정이 유머에 어떻게 더 깊이를 더해주는 것인가? 외로움이 어떻게 온전히 개인적인 감정일 수 있으면서 동시에 완전히 보편적인 감정일 수 있는가? 그리고 왜 ‘진지한’ 예술이라 불리는 것들은 하필 진지해야 하는가? 등등을 묻고자 한다.”
그러나 그를 진정으로 창작 과정으로 이끄는 것은 ‘아름다운 사진 안에서 흥미로운 감정적 서사를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욕망’이다. 작업을 통해 유머와 놀이, 욕망, 외로움, 그리고 우울함을 탐구한다. 자신이 직접 촬영한 사진, 직접 그린 그림, 그리고 퍼포먼스를 연출한 영상을 하나의 캔버스에 배치하고, 또 이를 비디오프레임 안에 재구성하는 병렬방식의 형태를 띤다. 그의 작품은 언뜻 보면 일반 사진 또는 회화작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캔버스 한가운데에 놓인 움직이는 장면을 발견하는 순간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그림은 애니메이션이 되고 사진은 살아 움직이며 무방비 상태에 놓인 관객의 눈과 지각을 현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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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영상, 회화의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작품 ‘옆방에서는’(2002). |
그는 자신이 직접 작품 속에 등장하여 연기하는 엉뚱하면서도 장난스러운 퍼포먼스를 펼친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사회적, 역사적인 작품의 주제를 기발하고 웃음이 절로 나오게 하는 스토리 전개방식으로 바꾸어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한다. 하지만 정작 작품 속 작가는 마치 어딘가에 고립되거나 따로 떨어져 나온 듯 언제나 혼자다.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이하고 묘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며 가슴을 저미게 한다.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6일∼12월8일)에선 사진과 회화를 결합시킨 작업과 사진, 회화, 비디오의 경계를 모두 허문 그의 최근작을 볼 수 있다. (02)738-7776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