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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불이사진인(不以辭盡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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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은 입헌주의에 입각한 법리해석과 공정성이 생명이다. 사법기관인 법원이 구체적인 분쟁사건에 대해 일정한 절차를 거쳐 종국적·공권적으로 내리는 판단이기에 그렇다. 더욱이 판사의 면전에서 원고와 피고 또는 검사와 피고인의 모습으로 다투는 대립당사자가 재판의 기본조건이기에 재판은 심사숙고한 법 적용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고 법관이 지나치게 좌고우면해 어정쩡한 태도로 재판을 지연시켜서도 안 된다.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논어’에 “계문자는 세 번 생각한 뒤 실천했다(季文子 三思而後行). 공자가 그 말을 듣고 두 번이면 된다(子聞之曰 再斯可矣)”고 했듯,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망설이는 우유부단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재판은 거증 능력을 중요시한다. 증거재판주의다. 사실을 확정하는 데는 법원으로 하여금 그 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자료가 있어야 한다. 이 자료가 바로 증거인 것이다. 재판당사자가 하는 말에만 의지하면 완벽한 재판 진행이 어렵다. 뚜렷한 증거에 입각해야만 원고와 피고의 진면목을 알 수 있고 명쾌하게 판결할 수 있다. ‘예기’에 “말만 듣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不以辭盡人)”고 한 바가 뒷받침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의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적 판단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치적 사안 등을 놓고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안도현 시인에게 검찰은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지만, 배심원들은 ‘무죄’로 만장일치 평결했고 재판부는 선고를 미뤘다. 재판장은 “배심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지만 헌법과 법률, 직업적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선고 연기 이유를 설명했고, 오늘 선고될 예정이다.

전국시대 법가 ‘한비자’는 이렇게 가르쳤다. “사사로운 이론을 폐하고 엄정한 공공의 법을 세워야 한다(廢私立公)!”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不以辭盡人 : ‘말만 듣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

不 아니 불, 以 써 이, 辭 말씀 사, 盡 다할 진, 人 사람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