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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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끈 이란 핵협상 타결임박… 오바마 “단계 합의안 나올 듯”

이란·서방국 제네바 협상
이란 핵협상이 급진전되는 분위기다. 이란이 고농축우라늄 생산을 향후 6개월 동안 중단하면 미국 등 서방국은 경제제재를 일부 완화해주는 내용의 합의안이 도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 중인 ‘P5(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1(독일)’과 이란의 핵협상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케리 장관은 제네바에 도착해 “아직 어떤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해결해야할 입장 차이가 있다”며 “양측은 이견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영국, 독일도 외무장관을 제네바에 급파했다. 일정에 없던 케리 장관 등이 협상에 전격 합류함에 따라 양측이 막판 합의문 조율에 나선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웬디 셔먼 미 국무차관은 협상 첫날인 7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을 따로 만나 1시간가량 양자 협상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7일 NBC와 인터뷰에서 이란이 1단계 조치의 일환으로 핵프로그램 개발을 중단하면 미국은 대이란 경제제재 일부를 해제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앞서 이란은 지난달 1차 핵협상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대폭 허용과 경제제재 해제 ▲상호 신뢰구축을 위한 노력 ▲이란의 평화적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증 등의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란 측 반응도 긍정적이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우리(이란과 미국)가 금요일(8일) 협상을 끝내기 전에 모종의 이해나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서방국은 이란이 먼저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20% 농축우라늄 개발을 중단하고 생산된 우라늄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조치가 선행되면 이란의 해외 금융자산 동결조치를 해제하고 금 등 귀금속과 석유제품 등 일부 품목 금수조치도 풀겠다는 것이다.

이란 핵문제가 어느 정도 진전되면 교착 상태인 북핵 협상에도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중국의 외교적 노력에도 미국이 6자회담에 적극 나서지 않는 데는 이란 핵문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합의문이 발표되더라도 이란 핵문제 최종 타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현재 거론되는 합의안이 모두 영구적 해결이 아닌 일시적 봉합 수준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합의안이 나온다고 해도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라며 이란은 보유 중인 농축우라늄을 3개월 내에 핵무기로 전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제재 완화에 반대하는 이스라엘과 미국 의회 내 강경파들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AFP 등 외신들은 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케리 장관의 이란 핵협상 참석에 대해 격노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제네바 출발에 앞서 텔아비브를 다시 방문한 케리 장관과 만나 “이번 제네바 회담에서 이란 핵 문제를 타결하는 것은 최악의 협상이며 이스라엘은 이를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송민섭 기자 str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