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행동경제학에서 회자되는 사례 중 하나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인 우리 그니지와 미네소타주립대 교수인 앨도 러스티치니는 이 실험적 연구를 통해 금전적 제재 같은 경제유인이 오히려 규범준수율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음을 보여줬다. 종전에는 예의나 도덕 차원에서 지켜지던 규범이 벌금 도입으로 더 잘 준수되기보다는 오히려 위반율이 더 높아지는 결과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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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형 서울대 교수·공법학 |
인간이 반드시 경제적 동기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종종 잊고 살아간다. 산불 발생 원인의 하나로 담뱃불이 꼽히는 것은 기가 찬 현실이다. 그러나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무책임한 행위를 벌금으로 막을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단속 자체가 쉽지 않고 자신은 적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기회주의 탓에 벌금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 반면 교통혼잡세는 단지 터널 통과를 위한 통행료, 실은 급행료로 인식될 뿐 혼잡 해소 효과는 미미하다. 통행료 수입이 교통 소통을 원활히 하는 데 사용되는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또 다른 예로 쓰레기종량제는 그 명칭과는 달리 종량제 봉투값에 의존한다. 그러나 본래 도입 취지나 목적과는 달리 쓰레기배출을 줄이거나 쓰레기를 덜 만드는 제품을 쓰는 등 행태를 바꾸기보다는 봉투값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에게 고작 봉투값을 줄이려는 유인으로 작용할 뿐이다. 이처럼 벌금은 그 본연의 정책목적과는 달리 감당할 수 있는 일정한 수준까지는 그저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 수준으로 변질되기 쉽다.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금전적 제재수단을 도입하거나 강화할 경우 다각적인 측면에서 입법영향을 분석하고 당초 기대했던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 원인과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입법자의 당연한 책무지만 국회의원이 정쟁과 힘겨루기에 정신을 팔다가 다시 또 졸속입법이나 양산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홍준형 서울대 교수·공법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