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청취자 사연을 전한 뒤 신청곡을 틀자 흥겨운 노랫소리가 시장 골목 안에 울려 퍼진다. 상인들도 신이 나서 덩싯덩싯 어깨춤을 춘다. 진원지는 경기 수원시 팔달문 인근 못골시장의 라디오방송국 ‘못골 온에어’.
전국의 전통시장 DJ박스의 원조 격인 못골시장 라디오방송국은 문화체육관광부가 2008년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즉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문을 열었다. 못골시장은 40년 전통을 지녔지만 점포 수 90개에 불과한 작은 시장이다. 상인들은 채소, 생선, 반찬 등을 팔아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바빴다. 문전성시 프로젝트에 선정되자 상인들은 시장 살리기에 발벗고 나서 라디오방송국, 줌마불평합창단, 못골밴드, 다문화요리교실 등 여러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시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역주민과 외지 관광객이 많게는 하루 2만명이 찾아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매출도 늘어 상인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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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으로 변신에 성공한 못골시장은 주말에는 지역 주민과 외지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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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 60대 시장 아낙네들로 구성된 못골시장의 명물 ‘줌마불평합창단’이 앞치마를 입은 채 시장 골목에서 화음을 맞춰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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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골시장 상인동아리 중 하나인 ‘못골밴드’의 공연 연습이 한창이다. 못골밴드는 국내 최초의 상인 밴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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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동야채 박명복 사장(가운데)이 ‘못골 온에어’ 토크쇼에 초대 손님으로 출연했다. |
줌마불평합창단은 상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문화 프로그램이다. 50∼60대 시장 아낙네 15명이 “노래를 부르면서 장사 스트레스를 풀겠다”며 시작한 합창단은 시장 상인의 애환을 담은 자작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크고 작은 공연에 초청되고 몇 차례 수상 실적을 내는 등 유명세를 치르면서 못골시장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공을 세웠다. 상인들로 구성된 못골밴드는 인근 공연장에서 정기공연을 하고 초청공연에도 참가하는 실력파다. 상인 기자단은 ‘못골이야기신문’을 만들어 시장의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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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사람들의 소식을 전하는 ‘못골이야기신문’ 상인기자단이 편집회의를 하고 있다. |
못골시장을 구경하다 보면 ‘이야기 간판’이라는 이색간판이 눈길을 끈다. 이 간판에는 각 상점 주인의 사연이 담겨 있다. 건어물가게인 충남상회에는 자전거 모양의 간판이 걸려 있다. 주인 김인수(65) 사장은 평생을 함께 해온 자전거로 여태껏 배달을 하고 있다. 오복떡집에 걸린 비행기 간판은 조종사가 되고 싶었던 김찬미(45) 사장의 젊은 시절 꿈이 서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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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골시장에서 유명한 반찬가게인 ‘대호반찬’도 문전성시 프로젝트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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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네만두 가게는 못골밴드의 보컬인 김승일씨가 주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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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골휴식터(쉼터)는 상인들이 커피 한 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
이젠 시장이 문화적 감성이 흐르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볼거리, 즐길 거리,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못골시장에서 웃음 한 바구니, 사랑 한 봉지 담아 오는 건 어떨까.
사진·글=남정탁 기자 jungtak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