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판평론가이자 번역가인 다테노 아키라(館野晳·78)는 올해 초 전립선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 다니면서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 그래도 번역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요즘 김언호 한길사 사장이 쓴 ‘책의 공화국에서’ 초벌 번역을 마치고 수정작업을 하고 있다. 번역본은 내년쯤 나올 예정이다.
그는 40년 남짓 번역과 출판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 문화교류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그동안 30권 넘는 한국 관련 서적을 번역·편집 출간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한국 문화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출판문화공로상을 수상했다. 지난 7월 도쿄국제도서전에선 대한출판문화협회로부터 감사패도 받았다.
다테노가 처음부터 한국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애초 그의 시선은 중국을 향했다. 중국 문화대혁명과 서울 방문이 그가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1935년 중국 다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다가 10세 때인 1945년 일본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로 돌아왔다. 대학 시절에는 중국연구회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1966년부터 시작된 문화대혁명을 보면서 중국에 실망하게 됐다. 1968년 서울을 방문한 뒤엔 한국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한·일관계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고 한다. 그런 만큼 어느 때보다 한·일 문화교류의 중요성이 커졌다. 지난 12일 도쿄 고탄타(五反田)역 근처 한 찻집에서 다테노를 만났다. 전차가 일으키는 바람에 창밖 플라타너스 잎이 연신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40년 남짓 번역과 출판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 문화교류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그동안 30권 넘는 한국 관련 서적을 번역·편집 출간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한국 문화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출판문화공로상을 수상했다. 지난 7월 도쿄국제도서전에선 대한출판문화협회로부터 감사패도 받았다.
다테노가 처음부터 한국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애초 그의 시선은 중국을 향했다. 중국 문화대혁명과 서울 방문이 그가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1935년 중국 다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다가 10세 때인 1945년 일본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로 돌아왔다. 대학 시절에는 중국연구회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1966년부터 시작된 문화대혁명을 보면서 중국에 실망하게 됐다. 1968년 서울을 방문한 뒤엔 한국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한·일관계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고 한다. 그런 만큼 어느 때보다 한·일 문화교류의 중요성이 커졌다. 지난 12일 도쿄 고탄타(五反田)역 근처 한 찻집에서 다테노를 만났다. 전차가 일으키는 바람에 창밖 플라타너스 잎이 연신 흔들리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출판기획가, 번역가, 출판평론가, 자유기고가 등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는데.
“독일 등에서 열리는 여러 국제도서전 등을 기획하는 민간단체인 일본 출판문화국제교류회 이사를 맡고 있긴 하다. 하지만 내가 속한 단체나 학교가 없으니 자유기고가로 소개해주면 좋겠다.”
―첫 방한 때 한국의 어떤 매력에 빠졌나.“1968년 방한했을 때 박은옥(작고) 선생을 만났다. 그는 일본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가 8·15 광복 후 한국으로 돌아와 학생을 가르친 분이다. 박 선생은 일본 제자의 소개로 찾아온 나를 마치 제자처럼 대해줬다. 서울 약수동 집을 찾아가면 재워줬다. 강범우 전 덕성여대 교수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박 선생, 강 교수와 만나면서 진심을 솔직히 말하는 한국인에 매료됐다. 자연스럽게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어는 어떻게 배우게 됐나.
“1970년대 초부터 일본의 한국연구단체인 일본조선연구소의 한국어 강좌에 참가하면서 배우기 시작했다. 강좌를 3년 정도 들은 뒤 재일 한국문학 번역가 안우식(2010년 작고) 선생 밑에서 5, 6년 정도 더 공부했다. 안 선생과는 번역작업도 함께 했다.”
―한·일 문화교류 활동에 나서기 전에는 무슨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다롄에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니다 1945년 귀국했다. 고교를 졸업한 뒤에는 도쿄의 한 중소기업에서 9년 동안 일했다. 프레스 작업을 하다가 오른손 검지를 잃기도 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호세이(法政)대학 야간학부를 다녔다. 1960년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도쿄도청 경제국에서 근무했다. 1996년 정년 퇴직했다.”
―1989년부터 출판전문지 ‘출판뉴스’에 매달 한국 출판상황을 알려왔는데.
“1980, 90년대만 해도 일본에서 한국 책과 출판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서점과 출판사를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한국 출판 관계자가 일본에 오면 인터뷰를 해 잡지에 싣기도 했다.”
―한국 관련 번역서를 꽤 많이 냈던데.
“지금까지 32, 33권쯤 번역·편집해 출간한 것 같다. 1992년부터 출간한 ‘한국독본’은 10권짜리 한국 소개서다. 한국 단행본이나 잡지, 신문 등에 실린 글을 릿쿄대학 교수와 함께 번역한 것을 모아 책으로 묶었다. 일본에는 한국을 소개한 서적이 많지 않아 웬만큼 관심을 끌었다. ‘일본인을 위한 한국인과 중국인’도 이런 번역서 가운데 하나다.”
―한승헌 변호사 책을 3권이나 번역했다.
“1995년쯤 일본에서 한국 민주화운동을 지원하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한 변호사를 처음 만났다. 한 변호사 제안으로 그의 저서를 번역해 출간했다. ‘한국의 정치재판’(1997년), ‘한 변호사의 유머’(2005년), ‘분단시대의 법정’(2008년)이 그것이다. 한 변호사는 일본어를 잘해 번역하는 과정에서 토론도 많이 했다. 그는 법률가인데도 유머 감각이 뛰어났다.”
―개인적으로 일본인 72명 평전을 담은 ‘그때 그 일본인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한국·조선에 영향을 끼친 36명의 일본인’(2002년)과 ‘36명의 한국인, 한국·조선의 눈길’(2005년)을 하나로 묶어 번역한 책이다.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관점의 근원과 형성 과정을 살펴보고자 출간했다. 이런 시각을 고쳐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후속작을 내고 싶다.”
“김언호 사장이 시오노 나나미 책을 가져와 의견을 물었다. 서평을 비롯해 여러 가지를 검토한 뒤 ‘재미있다’고 말해줬다. 1994년 4월2일에는 김 사장과 함께 로마에 가 시오노 나나미를 만났다. 시오노 나나미는 일본인을 위해 쓴 책이어서 한국 사람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김 사장이 시오노 나나미를 설득했고 나도 ‘한국에도 독자가 많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책이 나오게 됐다. ”
―한국 문학서는 일본에서 한 해 평균 21.5권이 출간된다. 일본 문학서는 지난해 한국에서 781종이 나왔다. 양국 간 불균형이 여간 심각하지 않다.
“한국 문학이 상대적으로 다양하지 못해 일본 젊은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일본 젊은이들의 내향적 성향이 커져 외부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크게 준 것도 요인이다. 하지만 이 간격을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 한국은 가능성이 충분하다. 일본도 더 많은 한국 콘텐츠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일본에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문고판으로 3만부 정도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 문고판으론 많이 판매된 게 아니다. 하지만 한국 문학 서적 가운데는 베스트셀러다. 일본 출판사 사이에선 한국 소설은 팔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신경숙 소설이 이런 생각을 바꿨다.”
―한국 문학을 비롯한 출판물이 일본에 더 많이 소개되려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
“일본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과 한국어 번역가가 늘었다. 한국을 알려는 흐름이 커지는 건 확실하다. 한국 출판물도 이전보다는 더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 문학과 출판에 관한 정보 자체가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어떤 책이 나오는지 일본에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문학 등을 소개하는 일본 구온출판사와 ‘K-북진흥회’의 한국 출판정보 소개 활동 같은 게 매우 중요하다.”
―향후 계획을 설명해 달라.
“지금까지 해온 일을 계속할 것이다. 한국 역사나 사회를 다룬 인문서를 소개하고 싶다. 한국 철학서나 사상서는 너무 어렵다. 하지만 시간이 허락된다면 공부해 꼭 책으로 내고 싶다.”
대담=김용출 도쿄 특파원 kimgija@segye.com
■ 다테노 아키라는…?
▲1935년 중국 다롄 출생 ▲1945년 일본으로 귀국 ▲1960년 호세이(法政)대학 경제학부 졸업 ▲1960년 도쿄도청 입사 ▲1989년 일본 출판전문잡지 ‘출판뉴스’에 한국 책·출판 소개 ▲1996년 도쿄도청 정년 퇴직 ▲2001년 한국 문화관광부 출판문화공로상 수상 ▲2013년 대한출판문화협회 감사패 수상
▲1935년 중국 다롄 출생 ▲1945년 일본으로 귀국 ▲1960년 호세이(法政)대학 경제학부 졸업 ▲1960년 도쿄도청 입사 ▲1989년 일본 출판전문잡지 ‘출판뉴스’에 한국 책·출판 소개 ▲1996년 도쿄도청 정년 퇴직 ▲2001년 한국 문화관광부 출판문화공로상 수상 ▲2013년 대한출판문화협회 감사패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