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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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잔재’ 논란 대구 느린우체통 철거

2012년 설치 이후 항의 잇따라
대구 중구 근대골목에 있는 ‘느린 우체통(사진)’이 철거됐다.

느린 우체통의 형태와 우체통에 새겨져 있는 체신마크가 일제강점기에 쓰였다는 이유에서다.

28일 대구 중구에 따르면 일본어로 체신(遞信)을 데이신(テイシン)이라고 발음하는데, 이 느린 우체통에 새겨진 일본 체신마크는 ‘テ’자에서 유래한 것이다. 약 1.4m 높이 원통형 우체통 모양 역시 일제 때에 쓰이던 것이다.

이 우체통은 대구 중구가 지난해 ‘근대골목투어’ 코스를 정비하면서 관광객들의 사진 소품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올 4월부터는 1년 뒤에 편지를 배달해주는 ‘느린 우체통’으로 활용해 관광객에게 인기를 얻어왔다.

그러나 이 우체통이 인기를 끈 이후 중구청과 대구우체국에 ‘왜 일제 때 우체통을 가져다 놓았느냐’는 수십통의 항의전화가 빗발쳤고, 이를 확인한 우정사업본부에서도 우체통을 교체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대구 출신의 독립운동가이자 저항시인인 ‘이상화’ 고택 앞에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중구는 고심 끝에 최근 이 우체통을 뽑아내고 그 자리에 요즘 쓰이는 일반 우체통을 임시로 가져다 놨다.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내년 초쯤 새로운 디자인의 우체통을 다시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