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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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靑, 채동욱 찍어내기 드러나”… 특검론 재점화

“채군 정보유출 몸통은 곽상도”
문재인 “朴 정부 사법 방해 심각”
안철수 “철저히 진상 파헤쳐야”
與 곤혹… 언급않은 채 대책부심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 주장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채모군의 인적사항을 청와대 행정관이 요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민주당은 5일 “청와대가 채 전 총장 찍어내기를 통해 검찰의 국가정보원 사건 수사 무력화를 시도했다”며 특검론 재점화에 나섰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청와대가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하다가 이제는 개인적 일탈이라고 변명하는데, 이런 해명은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 때와 판박이라는 점에 우리는 주목한다”며 특검 관철 의지를 거듭 밝혔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채군 정보가 유출된 것은 사실인데 지시자는 없고 청와대가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전모가 밝혀질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청와대 곽상도 전 민정수석을 지목했다.

야당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책질의에서도 이 문제를 부각했다. 민주당 홍의락 의원은 “이 정도 상황이면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유감을 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에 “해당 행정관을 즉각 직위해제 조치한 데에는 강한 분노와 유감의 뜻이 배어 있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또 여야 4자회담 합의문의 ‘특검 시기와 범위 문제는 계속 논의한다’는 문구를 근거로 여당을 압박했다. 배재정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합의문의 변수는 시기와 범위이고 상수는 특검”이라고 못박으며 여당의 성실한 논의 자세를 촉구했다.

마침 이날 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의 대선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가 출간됐다. 문 의원은 “대선 때 행해진 국가기관 선거개입이 심각한 일이지만, 그 사실의 규명을 막기 위해 검찰총장 찍어내기부터 수사팀장 교체에 이르기까지 박근혜정부가 공공연하게 저지르고 있는 사법 방해 행위도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정보원의 선거공작이 없었으면, 또 경찰이 수사결과를 사실대로 발표했으면 선거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고 아쉬워하는 것은 지지자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라며 “처지를 바꾸어 민주당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용납될 수 있을까. 아마도 대통령 사과로는 만족하지 않고 하야를 요구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3주년 기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의 채 전 총장 찍어내기 개입 의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철저히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국회 정상화 직후 터진 청와대발 스캔들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자칫 특검론에 힘이 실리고 여야 대치가 심화될 경우 국회 공전이 재연될 수 있어서다. 새누리당은 당 회의나 브리핑에서 일절 특검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