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지만 강단 있다. ‘효신 선배’로 강렬하게 다가온 배우 강하늘은 조근조근 다부지게 연기에 대한 소신을 폈다. 부드럽고 맑은 미소에는 연기 욕심과 고집이 숨어있었다. 강하늘은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부터 tvN ‘몬스타’ 그리고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에 이르기까지 교복을 입고 시청자와 마주했다. 주로 학생 역으로 브라운관에 풋풋한 기운을 불어넣은 강하늘, 그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은 학생 티를 벗고 성인이 돼가는 모습처럼 기대를 품게 한다.
#소품팀으로 첫 연극…무대에 꿈을 품다
무대에서 강하늘은 ‘신인’이라는 표현과 거리가 멀다. 강하늘은 2006년 뮤지컬 ‘천상시계’로 데뷔해 ‘쓰릴미’ ‘스프링 어웨이크닝’ ‘블랙메리포핀스’ 등 굵직한 뮤지컬 작품을 통해 무대 경험을 쌓았다. “무대는 고향”이라고 표현할 만큼 무대에 강한 그다. 연극배우 출신 부모님 밑에서 자란 강하늘은 중학생 때 재미삼아 연극에 뛰어들었고, 무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부모님의 영향 때문인지 어릴 때부터 연극이 저와 동떨어진 분야는 아니었어요. 그러다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교회 성극 단원 모집공고를 접하고 연극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어요. 종교는 없었지만 연극을 경험해보고 싶었죠. ‘우동 한 그릇’이란 작품에 소품팀으로 참여했는데 커튼콜의 기분을 잊을 수 없어요. 아직도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서러움, 섭섭함, 시원함 등 복합적인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강하늘은 이후 연극반이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 연극에 대한 열정을 키워갔다. 그는 “사람들이 모여 연극 한 장면을 만들고, 밀도를 붙여가는 과정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몬스타’ 이어 ‘상속자들’ 만나기까지
무대에서 줄곧 강렬한 역으로 관객을 만나왔기 때문일까, 브라운관에서는 다소 유해진 느낌이다. 그는 2008년 '최강울엄마’와 ‘산넘어남촌’을 통해 브라운관에 문을 두드렸고,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 ‘몬스타(2013)’, 투윅스(2013)로 연달아 시청자 앞에 섰다.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은 작품은 단연 ‘상속자들’이다. 강하늘은 검찰총장 아들이자 제국고 회장 이효신 역으로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몬스타’ 출연 중 ‘상속자들’ 오디션을 봤지만 투입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고 한다. 오디션을 보러온 이들의 모델 급 외모를 보고 탈락을 '확신'했다고 했다. 그런데 ‘몬스타’ 종영 한 달 후 최종 오디션 연락이 왔다.
“‘몬스타’ 촬영 도중 오디션을 봤는데 촬영이 끝나갈 때까지 연락이 안와서 떨어졌구나 했어요. 그런데 ‘몬스타’를 마치고 한 달쯤 지난 뒤 생각지도 않았는데 최종 오디션을 보러오라는 연락을 받았죠. 막상 오디션장에 가니 모델급 외모를 자랑하는 분들이 많이 오셨더라고요. 진짜 ‘상속자들’ 같은 외모를 보는 순간 진짜 떨어졌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그래도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저를 불러주셨어요. ‘작품 수에 비해 자연스럽다’는 김은숙 작가님의 말씀이 아직도 힘이 돼요.”
‘몬스타’의 훈남 전교회장 정선우와 여러모로 비슷한 ‘상속자들’의 이효신이 덜컥 주어진 뒤 강하늘의 고민은 ‘어떻게 다르게 표현하느냐’였다.
“정선우는 움직임 등 모든 것을 자제했지만 이효신은 좀 더 능청스러워도 될 것 같았어요. 고민 끝에 몸을 살짝 움직이고, 웃는 장면도 넣어보면서 정선우와 다른 이효신을 만들어 갔어요.”
#‘상속자들’ 이효신이 남긴 것
“이효신과 가장 다른 점이요? 우선 그렇게 좋은 집안이 아니라는 거예요.(웃음) ‘엄친아’ 세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 닮은 구석이 있다면 속내는 온전히 드러내지 않고 능청스러울 수 있다는 점이에요. 어떤 부분에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상대방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숨기거나 돌려 말하지 않는 연애관도 효신과 비슷하네요.”
극중 이효신은 밝아 보이지만 억압된 가정환경에서 자라 슬픈 웃음을 지닌 캐릭터다. 극단의 감정을 지닌 캐릭터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다.
“캐릭터 분석 방법은 이미지와 음악 두 가지에요. 가장 먼저 회화집에서 이효신 캐릭터에 어울리는 그림을 찾아봤어요. 갓 지은 아파트, 무너져버린 건물이 와 닿았어요. 이효신은 검찰총장 아들이라는 배경을 지녔지만 아픔이 있는 캐릭터니까 견고하지만 속은 무너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음악은 날카로운 첼로나 비올라 곡을 들으며 캐릭터를 그렸어요.”
강하늘이 ‘상속자들’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은 함께한 배우들이다. 그는 “박신혜와는 대학 동기로 5년 전부터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며 “처음엔 다 유명한 분들이라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 아닌가 걱정했다. 그런데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줘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었다. 모난 성격을 가진 배우들이 없어 현장은 항상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소속사 선배 황정민, 정말 고마운 건…
강하늘에게 황정민은 연기 선배이자 소속사 식구로 든든한 지원군이다. 강하늘은 지금의 소속사와 함께 일하자고 손을 내밀어준 황정민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황정민 선배님이 제가 출연하는 ‘쓰릴미’를 보러 오신 적이 있어요. 감사하게도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제안해주셨죠. 너무 영광이었고 흔쾌히 함께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기사에는 선배님이 저를 발탁했다고 나왔는데, 실상은 선배님이 살짝 던진 말을 덥석 문건데 민망해요. 사실 그동안 소속사 제안을 몇 번 받았지만 현실적으로 원하는 공연활동을 계속 할 수 없을 수 있다는 말씀에 포기했어요. 그런데 황정민 선배님은 흔쾌히 공연활동을 지지해 주셨어요. 연기에 대해서도 온전히 저한테 맡겨주시고 힘을 키워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모건 프리먼의 ‘깊이’ 닮고 싶다
강하늘의 롤모델은 할리우드 배우 모건 프리먼이다. 오롯이 모건 프리먼의 연기에서 풍기는 진중함과 깊이에 매료됐다.
“그분의 사생활을 떠나 연기스타일을 닮고 싶어요. 연기를 대하는 눈의 깊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건 프리먼이 ‘책을 읽는 사람의 다른 말이 배우다’라는 말을 듣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책에 흥미를 붙여 읽기 시작했어요.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배우예요.”
강하늘은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로 대중 앞에 나서고 싶은 욕심이 가득하다. 그는 “메시지가 정확하고, 관객에게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차기작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맡아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느냐는 질문에 단번에 ‘헤드윅’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아직 헤드윅이 가진 깊이를 표현하는 것은 한참 멀었어요. 좀 더 나이 들고 아는 것도 많아야하겠죠. 그동안 공부도 많이 해야 하지만 언젠가는 헤드윅 역할을 꼭 해보고 싶어요.”
강하늘은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로 떠올려지고 싶을까.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곧 대중이 떠올리는 이미지였으면 좋겠노라고 바람을 털어놨다.
“2013년을 시작할 때 가졌던 마음가짐이 있어요. 무슨 일이 닥쳐도 연기에 대한 고집과 줏대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거였죠. 12월까지 오는 동안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년 그리고 새해 바람도 그거예요. ‘명배우’ ‘국민배우’라는 말보다는 ‘줏대있는 배우’ ‘올곧게 사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출생: 1990. 2. 21.
신체: 180cm, 70kg
학력: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취미: 무에타이, 자전기 타기
데뷔: 2006년 뮤지컬 ‘천상시계’
주요활동: 뮤지컬 ‘카르페디엠’ ‘스프링어웨이크링’ ‘쓰릴미’ ‘어쌔신’ ‘블랙메리포핀스’, 영화 ‘평양성’ ‘너는 펫’, KBS 2TV ‘최강 울엄마’ ‘산너머 남촌에는’,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 tvN·Mnet '몬스타’, MBC ‘투윅스’ 특별출연, SBS ‘상속자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