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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中·日에 던지는 이시바시 단잔의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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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패권주의, 잃는 것 더 많아
소국주의 통해 ‘대의 확보’ 주창
中·日 군비경쟁 대응전략 짜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를 둘러싼 파문은 잦아들었지만 중·일 간 대립과 갈등은 여전히 위험천만하다.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중심으로 한 해상 대치는 여전하고, 방공식별구역 파문 이후엔 하늘에서도 긴장이 자욱하다. 두 나라는 서로를 ‘위험 국가’ ‘군국주의’로 삿대질하고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군비 경쟁을 벌인다. 마주 달리는 자동차처럼 파국은 이미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양국 모두 ‘안보’와 ‘자위’를 내세우지만, 파국 이후 우리에겐 패권주의로 다가올 것이라는 점이다. 동아시아 질서는 쟁패의 승자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고, 승자는 주변국에 새 질서로의 복종을 강요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안보와 자위의 문제라고 말하는 현재의 갈등이 동아시아 신패권주의 전쟁의 ‘전초전’ 쯤으로 이해되는 이유다. 이것이 바로 면적이 7km²에 불과한 다섯 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센카쿠제도를 둘러싼 갈등의 본질이다.

신패권주의로 내달리는 중·일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작고한 제55대 일본 총리이자 언론인이었던 이시바시 단잔(石橋湛山·1884∼1973)의 충고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제국주의와 패권주의의 무망(無望)에 빠지지 않고 동아시아 나라들을 벗으로 두기 위해선 말이다.

김용출 도쿄 특파원
이시바시는 1884년 도쿄에서 니치렌종(日蓮宗) 고승의 장남으로 태어나 10살 때 야마나시(山梨)현의 니치렌종 절에 맡겨져 자랐다. 절의 주지 모치즈키 닛겐(望月日謙) 밑에서 종교적 수양을 했고, 와세다대 시절에는 실용주의에 영향을 받았다. 그는 1911년 동양경제신보에 입사한 이후 당시의 조류였던 ‘대국주의’와 제국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대신 ‘소국주의’를 주창했다. 대략의 논지는 이렇다.

식민지 영유는 무역의 측면으로 볼 때 이익보다 불이익이 클 뿐만 아니라 일본을 에워싼 국제환경도 악화시켜 국방 및 정치적으로도 마이너스 효과가 크다. 따라서 식민지라는 ‘제국주의의 소욕(小慾)’을 버리고 오히려 소국주의를 통해 더 큰 ‘국제적 대의’를 얻는 게 낫다고 그는 봤다.

“한국, 대만을 버린다. 중국에서 손을 뗀다. 사할린도 시베리아도 필요 없다. 얼마 되지 않는 땅을 버림으로써 광대한 중국 전역을 우리의 벗으로 삼고, 나아가 동양 전체, 아니 세계 약소국 전체를 우리의 도덕적 지지자로 만든다는 것은 얼마나 큰 이익이 될 것인지 헤아릴 수 없다.”(‘그때 그 일본인들’ 재인용)

특히 일제의 조선 식민지배도 비판했다. 즉 1919년 3·1운동이 일제의 탄압으로 좌절된 직후 “어떤 민족이라 하더라도 타민족의 속국이 되는 것을 유쾌하게 생각한 사실은 고래로 없었다. 그들은 독립자치를 획득할 때까지 결코 반항을 그만두지 않는다”며 조선의 독립을 주장했던 것이다.

정치에 뛰어든 이시바시는 1956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를 꺾고 55대 총리에 올랐지만 뇌경색으로 이듬해 2월 65일 만에 물러났다. 이후에도 일본과 미국, 중국, 소련 간 평화동맹 구상을 주장하는 등 평화공존 운동을 펴다가 1973년 88세의 나이로 작고했다.

물론 작금의 중·일 갈등은 이시바시의 충고를 들으라고 두 나라만 마냥 바라보고 있을 만큼 한가롭지 않다. ‘강 건너 불구경’하던 안이한 자세를 접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준비하고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안보 강화는 기본이고, 두 나라와의 관계를 강화해 우리가 중·일 간 대결을 평화의 방향으로 돌리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동아시아에서 한국만이 힘이 아닌 선린관계를 통해 두 나라를 평화의 방향으로 묶어낼 수 있고 또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새 패자로부터 독립을 지켜내기 위해 ‘최강국’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동중국해에서 도쿄 쪽으로 불어오는 찬 겨울 바람에 엉뚱한 상상 하나. 센카쿠 바다에서 대치 중인 두 나라 배를 연결해 운동장을 만들고 축구 친선전을 연다. 양국의 최첨단 전투기들은 운동장 위를 선회하며 쉼없이 종이꽃을 뿌린다. 시합은 아시아 친구 국가들의 응원 속에 대치 중인 무기가 모두 녹슬어 고물이 될 때까지 쭉∼.

김용출 도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