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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꿈틀대는 ‘가계 파산’, 성장 총력전으로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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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의 위험 수위가 턱밑까지 차올랐다. 대법원의 집계 결과, 빚더미에 깔려 개인회생을 신청한 건수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9만6412건에 달했다. 아직 한 달이 남았지만 종전 최대치인 작년 9만368건을 갈아치운 것이다. 3년 전 4만6972건에 비해선 두배가 넘는다. 개인회생 신청은 연말까지 10만건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개인회생은 법원이 개인의 채무를 재조정해 파산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제도다. 마지막 사회안전망에 구조신호를 보내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은 가계부채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가계부채는 올 9월 말 991조원에 이른다. 자영업자 등의 빚까지 합치면 1196조원으로 이미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부채 규모보다 질은 더 악성이다.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한 다중 채무자의 대출액은 307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대출 문턱이 높은 은행권을 피해 제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리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고 연체율은 치솟는다. 부동산 경기마저 얼어붙어 집을 팔아도 빚조차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장담한다. 부채의 증가속도가 느려졌다는 판단에서다.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안이한 자세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향후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소득이나 신용도가 낮은 서민 가계는 줄파산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사상 최대의 개인회생이 ‘가계파산 대란’으로 번지지 않도록 종합 처방을 서둘러야 한다.

근본적인 처방책은 경제성장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성장을 통해 소득을 늘려야 가계부채의 출구가 열린다. 그러자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만들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 국회의 협조가 절실한 대목이다. 외국인투자유치 법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 등 핵심 경제법안은 수개월째 입법 장벽에 막혀 있다. 정쟁은 하더라도 민생은 살려야 한다. 여야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