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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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공무원 1만명 시대… 업무·정주 여건은 ‘미완’

중앙행정기관 2단계 이전… 17개부 중 10부 새 둥지
세종시 ‘2기’ 시대가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6개 중앙행정기관이 추가 이전하면서 비로소 17부 중 10부가 자리 잡은 행정중심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들은 정책 결정 등과 관련해 청와대·국회가 있는 서울에서 일을 보느라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이 많고, 주거·교통·편의시설 등 생활여건은 여전히 열악해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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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개막한 세종 행정 시대

지난해 12월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가보훈처 6개 중앙행정기관과 중앙노동위원회 등 10개 소속기관이 세종청사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관련 공무원은 4800여명에 달한다.

이보다 1년 앞서 이곳으로 ‘1단계 이전’한 기획재정부 등 20개 기관 5000여명을 합하면 30개 기관 1만여 명의 공무원이 세종시에서 일하고 있다. 올해 말 국세청과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3단계 이전’ 할 예정이지만 그 규모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이미 행정의 중심축이 세종시로 옮겨왔다고 할 수 있다. 이번 2단계 이전에 쓰인 세종청사 9개 동 건물 연면적은 20만㎡, 길이는 1.6㎞다. 1단계 이전 때는 6개 동 건물 연면적 25만㎡, 길이 1.4㎞였다. 3단계 이전까지 마무리되면 전체 20여 개 동, 건물 연면적 60만여㎡에 청사 길이가 3.5㎞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어진 건물 연면적으로는 세계 최대다.

허허벌판이었던 세종시도 점차 도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세종시 인구는 2011년 말 875명에 불과했으나 2012년 말 2만명, 2013년 말 3만2000명으로 불과 2년 만에 36배 불어났다. 입주가구는 2012년 말 7020가구에서 2013년 말 1만375가구로, 공무원 및 연구기관 종사자는 이 기간 5556명에서 1만1245명으로 늘었다.

학교는 7개에서 25개로, 국공립어린이집은 4개에서 10개로 증가했다. 상가도 1개밖에 없던 것이 19개로 늘었고, 상점 수도 240개에서 758개로 증가했다. 2014년 말에는 홈플러스와 농협하나로마트, 이마트가 문을 열 예정이다.

◆민원인에게 불편한 세종청사

세종청사가 굳건한 행정 중심축을 구축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근무처는 세종, 근무는 서울’인 업무 형태가 문제다. 장관과 차관을 비롯해 고위 공무원들은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마다 청와대와 국회를 방문해야 한다. 세종시에 많은 부처가 모였다 해도 실무자들의 부처 간 협의 정도만 시간이 절약될 뿐 결국 최종 결정 단계에서는 서울을 찾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길거리에 뿌려지는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행정 효율이 나아진 것인지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민원인들의 불편도 상당하다. 과천청사는 한 곳에 부처가 모여 있는 형태라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세종청사는 길게 늘어선 형태다. 한 번 방향을 잘못 잡으면 엉뚱한 곳에서 헤매기 쉽다. 청사 내 각 부처의 배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알림판도 아직 없다.

더구나 2∼3개 부처가 입주한 건물을 하나의 울타리로 묶고 정문을 하나씩 설치한 것도 불편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울타리를 한 바퀴 돌아 정문을 찾는 데만 10분 넘게 허비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애초 각 부처가 입주한 건물의 울타리를 설치하지 않고 건물 내부로 진입하는 출입문만 통제할 계획이었으나 2012년 10월 안전 문제가 부각되자 계획이 바뀌었다.

용을 형상화해 모든 건물을 S자 형태로 이어붙인 세종청사 본청의 총길이는 3.5㎞로 성인이 1시간 정도 걸어야하는 장거리다. 사진은 세종시 공식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에 공개된 세종시 어진동 정부 세종청사 모습.
세종시 제공
◆행복하지 않은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나날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생활여건이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2단계 이전 직전 국무조정실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5명 중 1명꼴(19.9%)로 “수도권에서 출퇴근하겠다”고 답했다. 그만큼 ‘기러기 가족’이 생겨났음을 알 수 있다. 이는 1단계 이전 때 같은 응답 비율(12%)보다 높다. 육아휴직도 늘고 있다. 조사 당시 보건복지부는 전체 여직원의 17%인 56명이 육아휴직 상태였다.

공무원들이 평생 일터인 세종행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교육 문제다. 전학을 시켰다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평생 원망을 듣게 될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지난해 문을 연 세종국제고 외에 2015년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2016년 세종예술고가 개교할 예정이지만 성에 찰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학원도 많지 않다. 세종시보다 학군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대전으로 이사하려는 공무원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한 국장은 “세종청사 근처에 작은 오피스텔을 얻어 혼자 살기로 했다”며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딸 교육 문제 때문에 기러기 가족이 되는 것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병·의원 인프라가 덜 갖춰진 것도 세종시를 꺼리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3월과 7월 응급의료 기능을 갖춘 충남대병원 세종의원과 세종시립의원이 각각 개원했지만 수도권과 비교하면 만족도가 많이 떨어진다.

고용노동부의 한 직원은 “아이가 다치거나 아플 때 급하게 갈 시설이 마땅치 않아 불안하다”며 “당분간 생활여건이 갖춰질 때까지는 서울에서 출퇴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수미·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