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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영화 영국 철도는 흡혈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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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 봉급은 1% 올랐습니다. 그런데 철도 요금은 3.1% 올랐어요. 가격도 문제지만 툭하면 연착하는 서비스 질은 더 문제입니다.”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서 퇴근 열차를 기다리던 교사 시몬 존스(30)는 분통을 터뜨렸다. 존스의 친구 벤 제임스(33) 또한 “내는 요금에 걸맞은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런던 남부의 교통중심지) 클래펌정션 역에서 뉴캐슬 가는 기차 타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철도를 민영화(1994년)한 지 20년이 넘은 영국의 교통비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일간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영국 당국은 이날부터 규제 대상인 고속철도와 일반 통근기차 정기승차권 운임을 3.1% 인상했다. 지난해 영국 평균 임금 인상률은 0.8%였다. 최근 4년간 정기권 평균 인상률은 2.8%였는데 이는 지난 20년 간 가장 낮은 인상률이었다.

이에 따라 1년 정기권 요금은 런던∼도버(127㎞) 고속철의 경우 5012파운드(약 870만원), 런던∼베이싱스토크(84㎞) 일반열차는 4076파운드(약 700만원)로 올랐다. 가디언은 지난달 “최근 10년 간 영국의 철도 정기권 가격이 50% 인상됐다”며 “통근열차를 이용하는 게 점차 사치가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철도 웹사이트에 따르면 런던∼도버 편도 운임은 41.1파운드(7만1260원), 런던∼베이싱스토크 구간은 24.9파운드(4만3200원)에 달한다. 일반 요금은 ‘네트워크 레일’이 결정하지만 출퇴근용 단거리 노선 요금은 민영화 비판 여론을 의식해 비교적 물가와 비슷하게 운임을 결정해왔다. 하지만 장거리 노선의 경우 민영화 이후 2배 가까이 올랐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가디언은 민영화 이후 폭등한 요금과 더불어 유럽 최악의 서비스 질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차는 연착하기 일쑤고 운행하지 않은 노선은 더욱 많아졌다. 또 일반석보다 2배가량 비싼 일등석을 대폭 늘렸다. 민영 철도회사가 철도 서비스 개선이나 안전관리보다는 주주들에 대한 배당 등에 더 신경을 썼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단체 ‘더 나은 교통 만들기 운동’(CBT)의 자문회계법인 크레도는 “2009년 (영 철도 운용사인) 네트워크레일 운용비에서 요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80%였지만 이같은 인상 추세라면 2018년 103%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봅 크로 영국철도노조 사무국장은 “열차회사들이 주주들에게 더 많은 배당금을 주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