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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금리가 한국경제 좌우하던 시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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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환경 달라져 영향력 축소
한국인의 경제상식엔 오해가 적잖다. 대표적인 게 환율과 금리다. 환율이 오르면 좋고 떨어지면 나쁘다는 인식, 금리를 낮추면 경기가 살아난다는 단순 논리가 그것이다. 수출 위주의 경제 환경에서 생긴 일종의 고정관념이다. 원론적으로 맞는 얘기일 수 있으나 환경 변화와 함께 오해와 과장이 섞인 편견으로 전락할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환율 하락이나 기준금리 인하는 경제주체별로, 시장별로 이해가 엇갈리는데도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습관을 되풀이하는 탓이다. 경제환경 변화로 거시경제변수의 움직임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졌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는 무지 때문이기도 하다.

◆환율하락은 무조건 나쁘다?

전통적으로 원화 강세, 즉 원·달러, 원·엔 환율 하락은 수출경제의 악재다.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로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원유, 원자재 등 각종 재화의 수입 원가를 떨어뜨려 국내 물가안정, 가계 후생에 도움을 준다. 반대로 원화 약세, 즉 환율이 오른다면 수출기업들은 가만히 앉아 돈을 번다. 대신 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생활비는 올라간다. 인위적 고환율 정책이 부를 국민 호주머니에서 수출 기업으로 이전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비가격 경쟁력 강화, 해외생산 확대로 환율 움직임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환율 하락에 ‘경기’를 일으키는 것은 점점 수출업체 시각의 과민반응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경제가 수출로 먹고사는 경제라고는 하지만 성장의 거의 절반은 내수가 이끈다. 한국은행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3.8%에서 성장기여도는 수출이 2%포인트, 내수가 1.8%포인트다.

환율에 대한 편향된 시각과 과장된 우려는 지난해 한국과 일본의 수출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원·엔 환율 하락에 수출기업들은 비명을 질렀지만 지난해 한국 수출(약 5600억달러)과 경상수지흑자(700억달러 전망)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대로 양적완화로 고환율 정책을 지속한 일본은 지난해 11월 5928억엔(약 6조460억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엔저로 에너지 수입 비용이 폭증한 결과였다.

◆금리 인하하면 경제가 산다?

박근혜정부가 막 출범한 지난해 봄 한국은행엔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거셌다. 정부와 정치권은 금리인하를 독촉했다. 한은은 ‘강요된 금리인하’ 압박 속에 4월은 버티고 5월 금리를 인하했다. 새해 들어 금리인하론이 다시 불거졌다. 골드만삭스에서 1월 금리인하론을 제기해 환율을 출렁이게 하더니 정부와 시장 일각에서도 공공연히 금리인하 얘기가 나돌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선 지난해 하반기 금리를 한 번 더 내렸어야 했다는 실기론도 나온다. 이런 주장들엔 금리를 내리면 경기가 부양된다는 원론이 전제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원론이 작금 한국경제 현실에 맞는지 회의론이 적잖다. 금리를 내려도 소비와 투자가 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어 더 이상 금리인하가 경기부양책일 수 없다는 것이다. 시중엔 이미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 부동자금이 700조원을 넘어섰다. 이자가 높아서 소비와 투자를 꺼리는 게 아닌 것이다. 더욱이 미국 출구전략이 시작된 만큼 금리는 이제 아래보다 위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금리인하론에 대해 한은의 한 관계자는 “정말 국가살림을 걱정하는 건지, 자기가 먹을 떡과 구실을 찾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