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8일. 서울 용산 국방부 내 국방회관에서는 김관진 국방장관 주관으로 언론사 부장단 오찬이 있었다. 해외파병부대 파병 연장을 추진하던 군 당국이 언론의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다. 참석 군 인사 가운데는 사이버사령관직을 내려놓고 국방부 정책기획관으로 새로 임명된 연제욱 소장도 자리했다.
사이버사령관(준장)에서 국방부 정책기획관(소장)으로 올라가는 데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국방부 정책기획관 자리는 아무나 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산적한 국방현안을 꿰뚫어 보는 눈과 함께 국방부 정책관련 부서에서의 오랜 내공수련은 기본이다. 야전 군단장(중장)으로 가는 최우선 보직이다 보니 군 인사 때마다 주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바로 직전 전임자였던 신원식 합참 작전본부장도 이 자리를 거쳐 수방사령관으로 진급했다.
연 소장은 국방부 정책보좌관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로 파견을 나간 뒤에도 국방비서관으로 승승장구했다.
물론 그에게도 곡절은 있었다. 대령이던 2006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국방담당 행정관을 맡았다. 승진 코스였지만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자 장성 진급에서 세 차례나 고배를 마셨다. 어렵사리 4차 심사에서 임기제 진급을 한 그는 2011년 12월 사이버사령관을 맡아 기사회생했다. ‘임기제 진급’은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2년 후에는 퇴직한다는 조건을 달아 진급시키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김 국방장관의 ‘비호’가 결정적이었다는 얘기들이 나돌았다. 두 사람은 모두 독일 육사에 유학했다.
군 관계자는 “김 장관이 취임 이후 연 비서관을 각별히 챙겼다”면서 “장군 진급심사에서 세 차례 탈락할 경우 진급이 사실상 차단되는데 김 장관은 사이버와 관련이 없는 연 비서관에게 사이버사령관을 맡겼고, 2012년 11월에는 국방부 정책기획관으로 연거푸 발탁했다. 누가 봐도 봐주기 인사였다”고 말했다.
이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것이 지난해 10월 전격 경질된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이다. 장 전 사령관은 부임 직후 김 장관의 인사 스타일에 제동을 걸었다가 부임 6개월 만에 옷을 벗게 됐다. 장 전 사령관은 “‘장포대’(장군을 포기한 대령)의 잦은 발탁이 군내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기를 좀먹는다”고 고언을 했다가 김 장관의 눈 밖에 났다. ‘장포대’라고 했지만 사실상 연 비서관을 지칭한 것이었다.
연 비서관은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댓글’ 개입 의혹 사건의 한복판에 서 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댓글 수사 때부터 연 비서관을 두둔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군 안팎에선 김 장관과 연 비서관의 각별한 인연이 그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22일 “김 장관이 조만간 대선 댓글 의혹 최종 수사결과에 따라 연 비서관 거취문제를 결정할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 전에 연 비서관 스스로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이 아쉽다”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장성 진급 3차례 고배 연제욱
사이버사령관서 정책기획관으로
승승장구 뒤엔 국방장관 ‘뒷말’
‘대선 댓글’ 수사도 두둔 의혹
고언했던 기무사령관은 경질
사이버사령관서 정책기획관으로
승승장구 뒤엔 국방장관 ‘뒷말’
‘대선 댓글’ 수사도 두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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