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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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니까?’…같은 법원의 서로 다른 판결

입력 : 2014-02-02 11:38:09
수정 : 2014-02-03 10: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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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장교로 복무하는 남성 두 명이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같은 재판부가 서로 다른 판결을 내려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이광만)는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며 A씨가 아내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소송에서 “부인은 A씨에게 위자료로 3000만원, 상대 남성과 연대해 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장교 A씨는 근무지 변경과 아내의 직장 문제 등으로 몇 년 전부터 주말부부로 지냈다. 그러나 A씨의 아내는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동료 교사와 불륜 관계로 발전했고, 뒤늦게 이를 알아챈 A씨가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된 책임은 부인에게 있다”며 “주말부부로 지내는 동안 다른 남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 부부간의 정조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법원은 A씨가 제출한 아내의 사후 피임약 처방 사실 증명자료를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비슷한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남성 B씨에 대해서는 “잘못은 남편에게 있다”며 “일방적으로 생활비를 주지 않는 등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자료로 부인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장교로 복무하던 B씨는 지방 근무와 해외 파병, 예비군 중대장 근무 등을 이유로 1999년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았다. 그러던 중 B씨는 부인이 초등학교 동창인 다른 남성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단체로 여행 다녀왔단 사실을 알고는 외도를 의심해 자주 다퉜다.

부인의 불륜을 확신한 B씨는 아내에게 ‘화냥년’이라는 욕설을 서슴없이 내뱉었으며, 집에 발길을 끊은 2012년 이후로는 생활비도 보내주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B씨가 부인의 불륜을 증명할 만한 명백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점을 근거로 들어 A씨의 경우와 상반되는 판결을 내렸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