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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로버트 해서웨이 美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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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아시아 지역 상황은 복잡다기하다. 각국의 영토분쟁에 과거사 갈등까지 얽히고설켜 있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점점 강화하고 있다.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 등 이 지역으로 향하는 미 고위 관리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4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미국이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일본 측을 설득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으로 관심이 높아진 남북통일의 꿈은 이룰 수 있을까. 미국 의회와 싱크탱크에서 30년 가까이 아시아 문제만을 다뤄온 로버트 해서웨이(67) 미 우드로윌든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을 2일(현지시간) 만나 의견을 들었다.


―역사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일본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질문 자체에 미국이 일본 정부에 무엇인가를 강요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미국은 그런 능력이 없다. 그런 능력이 있다면 쿠바에 카스트로 정권이, 북한에 ‘김씨 정권’이 있을 수 있겠는가. 미국은 한·일 관계가 나빠진 것에 매우 상심해 있다. 양국 갈등은 두 나라뿐 아니라 미국 국익도 해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행동은 새로운 긴장만 부르는 것이라서 워싱턴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때로 한국 정치인이 일본 행동과 자국민의 반일 감정을 활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익과 연관지어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일본인과 일본 정치인들이 과거사에 대해 상식을 지니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조상이 저지른 행위에 미안함을 넘어 깊이 부끄러워 한다. 몇몇 일본인과 정치인들이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과거 행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지녀야 한다. 한국인과 한국 정치 지도자들은 일본이 진심으로 사죄할 때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역사 문제가 아니라 인권 문제라서 미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나.

“일본이 20세기 초 끔찍하고 잔악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위안부 여성에게 가한 잔혹행위는 일본이 저지른 여러 악행 중 가장 끔찍한 일이다. 일본이 말과 행동을 통해 생존 피해자들이 부끄러운 역사가 청산됐다고 여길 정도로 조치를 취하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직접 개입해 한·일 간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미국이 이 문제를 해결할 지혜나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한·일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했다. 미·중이 ‘통일한국’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는지.

“남북이 통일을 이룰 여건이 ‘성숙했을 때’ ―‘성숙한다면’이라는 가정이 아니다 ―모든 관련 당사국이 통일 진행과정을 신중히 관리한다면 미국과 중국 어느 나라도 역사적 발전을 가로막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통일한국이 미군 또는 미군 영향력에 있는 한국군이 중국 국경 근처에 이동배치되는 걸 우려한다. 한·미·중은 이제 통일한국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중국의 우려를 해소할 토대를 쌓아야 한다. 중국이 만일의 사태(통일)에 대한 논의에 소극적인 점이 유감스럽다. 남북통일의 순간이 우리 앞에 오기 한참 전에 다양한 시나리오와 고려 사항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게 한·미·중 국익에 부합한다. 미국은 한반도 통일에 대해 중국보다 훨씬 걱정이 크지 않은 입장이다.”

―‘남북통일의 조건이 성숙했을 때’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통일의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장 가능성 높은 것은 북한이 어느 순간 붕괴하는 상황이다. 붕괴는 반드시 바람직한 건 아니다. 북한 붕괴 시 인도적 차원에서 위기가 닥쳐온다. 북한 난민 수십만명이 남한으로 내려온다고 상정해 보자. 상황이 매우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갑작스런 북한 붕괴로 인한 통일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시나리오는 북한이 수십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북한 지도부가 평화통일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상황이다. 어떤 시나리오보다 더 희망적이라고 본다. 군사력을 통한 통일은 배제해야 한다. 인명과 경제 피해도 심각할 것이다. 많은 한국인이 경제문제를 포함해 통일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하지 않은 채 통일을 바라기만 한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통일로 인한 경제적 비용 지출은 막대하다. 남측이 북한 체제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능력을 지녀야 한다. 한국인들은 독일 통일 당시 동·서독의 차이가 지금 남·북한 차이에 비해 훨씬 작은 사실을 잘 알 것이다. 남한이 치를 통일 비용은 서독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남·북 통일을 이끌기 위한 조건들이 바로 그런 점들이다. 하지만 어떤 시나리오도 ‘가까운 시기에’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통일에 대비해 준비해야 할 것은.

“통일비용이 매우 비쌀 것이므로 지속적으로 경제 발전을 해야 한다. 가장 최선이면서도 현실적인 방법은 남측이 통일을 대비해 경제적·재정적 발전을 이뤄 한반도의 남은 절반을 되찾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말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주변국과 갈등을 빚었다. 중국 의도는 뭔가.

“중국은 단지 서태평양 지역이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합당한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야심은 잠재적으로 미국과 위험스러운 경쟁을 불러오고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미·중 경쟁관계는 숙명적인 게 아니고 피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양국은 긴장 고조나 군사 경쟁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미국과 긴장이 고조돼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자국 국익이 심하게, 자칫 회복불능 수준으로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겠지만, 미국과 실제 위기를 촉발할 정도로 선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핵심은 결국 중국이 가상의 금지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자국 목표를 어떻게 추진해 나갈지에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중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질 텐데, 미국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평가하면.

“오바마 행정부의 재균형 정책은 21세기 미국의 미래가 아시아에서의 위상에 달려 있다는 현실적인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군사적·안보적 요인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서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이었다. 이제 오바마 행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비롯해 정치적·경제적 수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재균형 정책의 다양한 요소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재균형 정책이 단지 군사력 재배치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있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에서 도전 과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후대 역사가들의 판단이 성공이냐, 실패냐로 달라질 것이다.”

―아시아는 미국 국익에 왜 중요한가.

“오바마 행정부는 정치적·경제적·안보적 측면에서 동아시아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최우선 관심지역으로 두고 있다. 21세기 중반 상황을 상상해 보자. 중국은 잠재적으로 세계 최강대국 미국 위상에 도전할 수 있는 규모와 힘을 가진 유일한 강대국이다. 미국이 동아시아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단지 중국 때문만이 아니다. 동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최근 북한은 남한, 미국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화가 가능하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하나.

“북한이 한국, 미국과 대화하려면 과거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남한과 미국에 대한 비난 언동의 수위는 낮추고 무고한 남측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군사적 행위를 포함한 추가 도발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북한 행동에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면 북한의 평화와 안정, 모든 주변국과 관계 개선에 대한 관심의 표명은 공허할 뿐이다.”

대담=박희준 워싱턴 특파원

■로버트 해서웨이는…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출생(67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미국외교사 박사 ▲조지워싱턴대, 버나드대, 미드버리대, 윌슨대 강의 ▲중앙정보국(CIA) 역사위원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외교정책 담당 전문위원(1986∼1998년)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1999년∼) ▲저서 ‘아시아 지역의 새 안보 도전’(2013) 등